바이비트, 1조9천억 해킹 딛고 시장 점유율 회복…보안 강화 효과

지난 2월, 중앙화 거래소 바이비트(Bybit)가 약 1조 9,820억 원($14억 상당)의 암호화폐를 해킹당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격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사건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 강화와 소매 고객 대상 유동성 개선 조치가 성과를 내며 거래량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블록스콜스(Block Scholes)는 4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킹 이후 초기 거래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바이비트가 점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 현재 7%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이는 사고 직후 바닥이었던 4% 수준에서 안정적인 반등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2월 21일 발생한 이 해킹은 리퀴드 스테이킹 이더(stETH), 맨틀 스테이킹 이더(mETH)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이 불법 유출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바이비트는 사건 직후 보안을 강화하고 플랫폼 전반의 투자자 신뢰 회복에 집중했으며, 최근에는 정상적인 거래량 패턴이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해커들은 탈중앙화 크로스체인 프로토콜인 토르체인(THORChain)을 이용해 탈취한 자산 대부분을 무려 열흘 만에 세탁했다. 바이비트 측은 이후 자산 추적 작업을 지속했고, 블록체인 보안 전문가들은 전체 피해 자산의 약 89%를 추적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 공격의 배후로는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이 지목되고 있다.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 등 다수의 보안 업체는 이들이 탈취 자산을 지속적으로 세탁하며 추적 회피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한 연계 활동이 한동안 뜸했던 것은 러시아-북한 정상회담 이후 자원 재배치의 영향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체이널리시스 사이버범죄 연구 책임자인 에릭 자딘(Eric Jardine)은 “북한이 올해 7월 이후 사이버 공격 활동을 급격히 줄였던 시기는 군 자원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전환되던 시점과 겹친다”며 “이러한 흐름이 바이비트 공격 재개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보안 시스템이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중앙화 거래소조차 정교한 사이버 범죄에 대해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이버스(Cyvers)의 기술 총책 메이르 돌레브(Meir Dolev)는 “이번 바이비트 해킹은 인도 암호화폐 거래소 와지르엑스(WazirX)의 3,200억 원($2.35억) 탈취 사건이나, 디파이 플랫폼 라디언트 캐피털(Radiant Capital)의 850억 원($5,800만) 해킹 사건과 유사한 전개를 보였다”고 밝혔다.

바이비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킹 방지를 위한 기술적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나아가 피해 고객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시장은 향후 바이비트를 비롯한 주요 거래소들이 어떤 식으로 보안 역량을 끌어올릴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