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TON)'의 출시일이 내년 4월로 또 다시 연기됐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톤의 출시일을 2021년 4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텔레그램은 지난해 10월 톤을 출시하려 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동으로 올해 4월로 연기했고, SEC와의 법정공방이 길어지면서 출시 시점을 내년 4월로 또 한번 늦췄다.
이번 두 번째 출시 연기로 텔레그램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72%를 환불해주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출시 연기를 진행하며 합의된 조건에 따른 것이다.
텔레그램은 내년 출시에 자신감을 보이며 승부수를 던졌다. 환불과 동시에 다른 옵션을 선택지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내년 출시까지 기다리고자 하는 투자자에게는 대출의 의미로 텔레그램에 빌려줄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텔레그램은 투자자들에게 내년 4월 30일까지 초기 투자금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텔레그램은 지난 2018년 초 톤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17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는 톤에서 사용될 암호화폐 그램(Gram)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미 SEC는 텔레그램이 허가없이 증권을 발행했다며 톤 출시와 그램 발행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긴급명령을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텔레그램과 SEC는 법적 공방을 지속했고, 지난 3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SEC의 손을 들어줬다.
케빈 카스텔 뉴욕남부지법 판사는 판결문에서 "텔레그램이 토큰 재판매를 통해 초기 구매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초기 구매자가 토큰에 대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극대화했다"며 "하위(Howey) 테스트에 따라 그램의 유통시장 재판매는 비허가 증권 판매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측은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한 상태다. 미 SEC와의 소송으로 출시가 지연되자 텔레그램은 미국을 제외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토큰을 발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됐다. SEC 역시 그램이 유통시장을 통해 미국에 들어올 수 있다면서 해외를 대상으로 한 발행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텔레그램은 톤 출시일을 내년 4월로 또 한 번 연기하고 투자자 환불에 나섰다. 미 규제당국이 계속해서 톤 출시를 막아설 경우 텔레그램은 기존 보유 자산을 이용해 채무를 변제할 전망이다. 만약 톤의 출시가 계속 지연될 경우 투자받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소송 비용과 개발 유지에 소모하게돼 텔레그램 측의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