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리브라 협회 회원사가 파트너십의 의미와 무게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공개하며 28개 대형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해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리프트, 코인베이스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4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비자 CEO 알프레드 켈리(Alfred F. Kelly, Jr.)는 리브라 참여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며 협력 의미를 축소했다.
올해 3분기 비자가 소득결산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도이치방크시큐리티즈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킨(Bryan C. Keane)는 리브라에 대한 기업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리브라와의 협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혼란이 있다. 리브라를 비자의 전략적 파트너로 보는지, 잠재적인 위협으로 보는지, 참여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CEO는 “리브라에 참여한다는 구속력 없는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다른 27개 기업도 관심을 표현한 것이지, 공식적인 참여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페이스북의 입장과 온도차가 있다. 앞서, 리브라 협회의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 수장 단테 디스파르테(Dante Disparte) 리브라가 “비자나 마스터카드 로고가 있는 곳 어디서든 받아들여질 것”며, “다양한 방식으로 암호화폐의 도약을 돕고, 많은 측면에서 해당 자산유형의 대중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비자 CEO는 “협회가 필요한 규제 요건을 따를 역량이 있는지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프레드 켈리는 “참여 의향을 밝힌 것은 비자가 협회에 참여할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프로젝트가 매우 초기 단계에 있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규제기관들은 리브라의 작동 원리 및 세부 정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금융 안정성과 이용자 프라이버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까다로운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6월말 뉴욕타임즈도 7개 회사가 구속력 없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규제기관뿐 아니라 협력사도 프로젝트를 불신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리브라에 대한 대중 분위기도 규제기관과 다르지 않다. 리브라 공개 이후 여러 설문조사에서 페이스북이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소비자 인사이트 제공업체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가 미국 성인 179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비트코인보다 리브라를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에 그쳤다.
퍼블릭 암호화폐를 더 신뢰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40%, 둘 다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19%로 나왔다. 개인정보 측면에서 페이스북을 신뢰하지 않는 비율은 77%, 신뢰하는 비율은 2% 수준이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관심이 있는 응답자는 약 5%, 관심이 없는 응답자는 무려 86%로 확인됐다. 18~24세는 30%, 25~29세는 18%가 관심을 가졌고, 65세 이상은 7%가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독일 금융협회가 독일 성인 20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리브라에 회의적인 응답이 71%, 환영한다는 응답이 12%로 확인됐다.
52%는 "페이스북이 사회에 이미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으며, 26%는 "기업의 성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더 키울 것"이라고 답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을 중앙은행보다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4%, 중앙은행을 더 신뢰하는 비율은 64%로 나왔다.
앞서, 바이버(Viber)’를 통한 설문조사에서 영국과 미국 이용자 49% 리브라 이용 시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국 이용자 4%, 미국 2.5%만이 페이스북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