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25일 오전(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막판 물가 작업에 대한 연준 전략을 밝힐 전망이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토론회로 전 세계 통화 정책가들이 모인다.
이날 오전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통화 정책 연설이, 오후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잭슨홀 미팅 연설은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연준 의장이 통화 정책 입장을 시사하는 공식 발언 자리가 된다.
금리 인상폭을 좁히며 긴축 속도를 늦추는 동안 연준 의장은 잭슨홀 연설을 통해 강경 발언들을 내놓으며 과도하게 부푼 시장 기대를 꺾곤 했다.
이번에는 추가 금리 인상 여부 및 인하 시기 결정 기준에 대한 힌트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시장은 다시 한번 제롬 파월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 주기가 막바지 단계에 와있고, 물가 안정과 경제 균형을 잡기 위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전처럼 수위가 높은 발언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애덤 포슨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장은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명확하고 강경한 발언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슨 소장은 "의사결정은 정책이 목표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있을 때는 쉽지만, 올바른 정책에 가까운데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어렵다"면서 "이것이 현재 연준이 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은 "제롬 파월 의장은 통화 정책이 너무 빠르게 완화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라면서, 데이터 기반 결정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개별 데이터에 대한 강력한 시장 반응을 경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경제학자들은 보고서에서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때마다 실시간으로 종합적인 데이터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은 40년 최고 물가상승률에 긴축 일변도를 걸었다.
기준금리를 22년 최고 수준인 5.25-5.50%까지 올렸고, 물가 진정 작업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물가 둔화세가 확인됐지만 연준은 여전히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라는 상충되는 과제를 풀기 위해 금리 유지 및 인하 시기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목표 수준인 2%를 넘어서고 있어 방심할 수 없지만, 높은 금리와 신용 경색 부담에 따른 경제 침체도 막아야 한다.
연준 내부에서도 추가 긴축과 긴축 유지, 긴축 중단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한편에선 높은 금리가 경제 전반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고 신용 여건이 예상보다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긴축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선 물가가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만큼 더 많은 개선 증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물가 작업보다 앞으로의 물가 작업이 더 까다로울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높은 금리에도 경제가 회복력을 보이면서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 금리' 수준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주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35%까지 올라 금리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제롬 파월이 선호하는 위험 관리 전략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라며 빠른 통화 정책 전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제 연준은 연내 3번의 통화 정책 회의를 남겨 두고 있다. 한번 정도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을 시사해둔 상태다.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시장은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은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져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내 인상 없이 금리를 유지하다가 내년 5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