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증권성'을 두고 업계를 위협해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마침내 두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 소송을 제기하며 전면전에 돌입했다.
SEC는 이전부터 암호화폐의 증권 분류 의지와 거래소의 증권법 위반 가능성을 예고하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규제 제약이 가시화될수록 불확실한 기준과 불투명한 접근 방식에 대한 업계 불만이 커졌지만, 증권 당국은 경고선에서 멈추지 않고 공격을 단행했다.
산업 주변부가 아니라 대표성을 띤 대형 플레이어들을 정조준했고, 인기 암호화폐들을 '증권'으로 명시했다. 이번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은 그 뒤에 있는 수많은 기업과 프로젝트의 선례가 될 것이기에 사실상 암호화폐 산업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규제 폭격에 시장 '흔들'...증권 지목 알트코인 20% 폭락
암호화폐 혁신성이 증권성에 가려지면 이를 토대로 한 창의적인 실험과 도전도 좌절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규제 기관과의 끝없는 갈등을 넘어 사법부와 입법부 개입을 통한 신속하고 합리적인 규제 확립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당장의 지원과 관심이 끊기면서 성장 동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공포로 크게 기울었다.
규제 폭격을 맞은 암호화폐 시장은 급락 반응을 보였다. SEC가 '증권'으로 언급한 직후뿐 아니라 업계의 지원 철회 움직임이 나오면서 주말 추가 폭락이 있었다.
비교적 증권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비트코인도 두 달 반만에 처음 2만6000 달러선이 깨지면서 2만5440 달러선까지, 이더리움도 1900 달러선에서 1800달러 초반대까지 밀려났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5일 갑작스런 시장 급락에 하루 동안 3억2000만 달러(한화 4182억원), 10일에도 하루 3억485만 달러(한화 약 3928억원)가 청산됐다. 모두 롱 포지션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 미등록 증권, 미등록 거래소
SEC는 5일과 6일 하루 간격으로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두 거래소 모두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증권 시장의 세 가지 핵심 기능인 거래소, 브로커, 청산기관 역할을 했고, 미등록 증권인 '암호화폐'를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SEC는 5일 미국 콜롬비아 특별지방법원에 ▲바이낸스 ▲BAM 트레이딩 ▲BAM 매니지먼트 ▲창펑 자오(바이낸스 설립자이자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낸스에 대해 당국은 "증권법과 그에 따른 보호 조치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투자자 자산을 위험에 빠뜨리고 수십억 달러의 부를 축적했다"고 고발했다.
거래소와 연계된 암호화폐 'BNB'와 'BUSD' 및 기타 알트코인 10종을 증권으로 규정하고, 수익 창출 프로그램 'BNB 볼트', '심플언'과 바이낸스US의 '스테이킹' 상품 역시 증권과 관련된 서비스로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SEC는 6일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코인베이스 ▲코인베이스 글로벌을 고발했다.
SEC는 미국인 대상 암호화폐 매매와 거래를 지원하는 코인베이스가 "증권 시장에서 통상 분리 운영되는 거래소, 브로커, 청산 기관을 통합한 플랫폼"이라고 지적하고, 지원 암호화폐 중 13종을 증권으로 명시했다.
5종 암호화폐에 대한 스테이킹 프로그램 역시 미등록 증권 제공이라고 주장했다.
당국은 "특정 프로토콜에 대한 거래소의 관리적 노력을 통해 투자자가 재정적 수익을 얻는 구조"라면서 "투자자는 수익 창출을 위해 코인베이스의 경험과 전문 지식이 사용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EC는 코인베이스가 "규제를 준수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투자자와 자본 시장을 보호하기보다 자사 이익을 늘리기 위한 계산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 코인베이스와는 '증권 다툼', 바이낸스에는 '불법 행위' 명시
두 거래소는 하루 차이로 기소됐지만 고발 내용엔 차이가 있었다.
코인베이스 건은 대부분 증권법 해석에 관한 문제를 다뤘지만 바이낸스는 해당 쟁점 이외에도 위법성이 뚜렷한 혐의들이 추가 적용됐다.
SEC는 미국 고객 우회 지원, 고객 자금 혼합 및 유용, 자전거래 등 여러 불법 행위 사실을 나열했다.
법인만 겨냥한 코인베이스 소송 건과 달리, 바이낸스 건에서는 창펑 자오 개인에 대한 고발도 이뤄졌다.
당국은 바이낸스의 모든 불법 행위의 중심에 창펑 자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바이낸스는 2019년 미국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중단하고 별도의 미국 법인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
미국에 BAM 매니지먼트와 BAM 트레이딩을 설립, 해당 법인들이 바이낸스US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SEC는 "실질적으로 창펑 자오가 미국 법인 지분 81%를 가지는 등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 운영과 자산 관리에 적극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BAM 트레이딩 직원들 사이에서 '족쇄', '꼭두각시'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개입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증권 당국은 이 같은 주장을 많은 관계자 증언을 통해 뒷받침했다.
캐서린 콜리 전 바이낸스US CEO는 증언에서 "바이낸스와 바이낸스US는 별개의 회사가 아니었다"면서 "두 기업은 월렛 수탁, 마스터 서비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상표권 계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운영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또한 "2022년 12월까지 바이낸스는 미국 법인과 서비스 계약을 체결, 암호화폐 지정 관리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이 같은 구조에서 바이낸스는 미국 법인의 암호화폐 자산을 승인 없이 통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이용자가 없는 것처럼 보여야 하지만 다른 창의적인 방식으로 미국 이용자를 확보해야 했다"는 전 COO 증언을 통해 바이낸스가 미국에 우회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거래 조작을 방지했다는 바이낸스US의 주장과 달리, 창펑 자오가 관리하는 타 법인을 통해 자전거래를 수행,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며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비판했다.
SEC는 기소 직후 바이낸스US의 자금 동결 가처분 명령을 신청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이 같은 혐의를 구체화했다.
증권 당국은 가처분 신청 문건에서 창펑 자오가 본인이 관리하는 시장 조성업체 '메리트 피크(Merit Peak)'와 '시그마 체인(Sigma Chain)'이 바이낸스US의 실체 법인 'BAM 트레이딩'의 고객 자산 수십억 달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고발했다.
브라이언 브룩스 전 바이낸스US CEO도 "바이낸스US의 유동성이 창펑 자오와 연관된 시장 조성업체 두 곳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증언을 통해 밝혔다.
◇ 바이낸스 '물러서지 않을 것'
테라·루나, FTX 사태로 인한 신뢰도 악화, 거시경제 상황에 따른 시세 하락 등 불리한 상황이지만 이번 소송에 많은 것이 걸려있는 두 암호화폐 거래소와 업계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바이낸스는 성명을 통해 "초기부터 SEC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했는데,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점에 실망했다"면서 "플랫폼을 강력하게 방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펑 자오는 SEC의 집행 조치에 가짜뉴스(FUD)를 무시하라는 트윗을 올리고, SEC의 투자자 보호 실패를 비난하는 설문을 진행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바이낸스 CEO는 "SEC가 미국 거래소가 아닌 바이낸스에 소송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면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소송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대한 공격이며, 업계에 명확성과 지침을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자금 유용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면서 "사용자가 직접 출금하지 않는 한 고객 자금이 바이낸스US 플랫폼을 떠난 적이 없다"고 적극 반박했다.
바이낸스는 기소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급히 도려내고 있다. 바이낸스US는 다수의 거래쌍을 상장 폐지하고 장외거래시장(OTC) 운영을 중단했다.
◇ 코인베이스, 준비된 반격
코인베이스는 법정에서 암호화폐 증권 여부를 다툴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반격을 하고 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마침내 법정에서 업계를 대표해 명확한 암호화폐 규칙을 확보하게 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SEC는 명확한 규정집을 발표하는 대신 '집행을 통한 규제'로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인베이스 CEO는 "참고로 코인베이스 소송은 다른 소송들과 매우 다르다"면서 "당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오로지 증권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과 법에 대해 자신이 있다"면서 "코인베이스는 이 일을 완수할 것이고, 결국 이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 그루월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명확한 규제 없는 집행 조치는 규제 준수 의지가 확고한 기업의 경쟁력을 해친다"면서 "해결책은 소송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이라며 SEC의 접근법을 꼬집었다.
코인베이스는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을 이어갈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SEC가 증권성을 문제 삼은 암호화폐를 상장 폐지할 계획이 없으며, SEC와 앨라배마, 뉴저지 등 10개 주 증권 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스테이킹 프로그램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폴 그루월은 "암호화폐 상장에 관한 거래소의 분석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항상 새로운 정보와 자료를 확인한다"면서 상장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소 판단에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는 "상장 거부한 암호화폐 비율이 90%가 넘는다"며 증권을 취듭하지 않았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SEC가 사용하는 증권 판별 기준은 1946년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이같은 방식은 기술직 100만개를 해외로 유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등록 방안 없었다" 주장도
코인베이스는 거래소의 정당성과 SEC의 모순을 알리기 위해 여러 데이터를 공유했다.
거래소는 SEC가 거래소 사업을 검토해 2021년 4월 상장사가 되는 것을 허용했다는 점, SEC 공식 제출 서류에 스테이킹 프로그램을 57차례 언급했었다는 점을 밝혔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도 "증권을 불법 거래하는 코인베이스 상장을 왜 허용했느냐"는 힐난을 쏟아냈다. 미국 정부가 압류 암호화폐를 매각할 때 불법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규제 지침을 확인하기 위해 SEC와 30회 이상 접촉했다면서 "반복적으로 당국 등록을 시도했지만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댄 갤러거 로빈후드 최고법률책임자(CLO)의 최근 하원 청문회 증언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은 바 있다.
그는 "적격 브로커-딜러 기관으로 등록을 위해 SEC에 요청했지만 16개월이 지난 올해 3월 반려됐다"면서 "이유는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토큰 발행자의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브라이언 퀸텐즈 a16z 크립토 총괄은 코인베이스가 10년 넘게 업계에서 책임 있게 역할을 수행하며 미국 웹3 시장 개방을 지원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SEC는 혁신을 방해하고, 책임감을 가진 기업을 미국에서 몰아내겠다고 위협하면서 기업가, 투자자 및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무책임한 규제 방식의 패턴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이언 퀸텐즈는 "SEC는 시장 참여자와 협력해 규칙을 현대화하고 적용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웹3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송이 아니라 따라야 할 규칙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C 집행 방식에 대해 정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리치 토레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집행에 의한 규제의 끔찍한 사례"라면서 "의회가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이 행동한 것은 의회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SEC는 자신의 역할을 무기화하여 한 산업을 죽이고 있다"면서 "기업 공개를 허용했으면서 당국 등록을 막는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증권' 지목 암호화폐 "SEC 견해 동의할 수 없어"
SEC가 증권으로 언급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들도 증권성을 부인하는 성명을 내놨다.
카르다노 재단은 "SEC의 증권 분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법적 명확성을 위해 정책 입안자들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바스티안 보르게 더샌드박스(SAND) 공동 설립자 역시 "SAND의 증권 분류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해당 사안이 우리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나 재단 역시 "솔라나(SOL)는 증권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면서 "솔라나(SOL)는 강력한 오픈소스 커뮤니티 기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솔라나 블록체인'의 자체 토큰으로, 이용자 및 개발자 탈중앙화된 참여를 통해 확대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곤 랩스는 "MATIC은 미국 밖에서 개발·배포됐으며 오늘날까지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말했다. 또한 "MATIC은 첫날부터 폴리곤 네트워크의 보안을 보장하는 필수적인 기술 요소였다"며 기능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SEC가 미등록 증권 발행자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거래소의 미등록 증권 취급을 고발한 것은 각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증명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시네마인벤천스(Cinneamhain Ventures)의 파트너 애널리스트 애덤 코크란은 "SEC가 거래소 기소를 통해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간접 공격한 것은 각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입증할 강력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방식을 통해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방어 조치를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퀸텐즈 a16z 크립토 총괄은 "집행은 지침을 대신할 수 없다"면서 "거래소 같은 제3기관에 대한 집행 조치를 통해 특정 토큰의 증권 여부를 다투는 것은 부적절하며 소비자 보호나 시장 명확성 제공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SEC "암호화폐 기업에 질 생각 없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기소 이후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여러 매체와 행사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맹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고객 자금 혼용 등 FTX 사례에서 확인된 불법 행위들이 바이낸스에서도 자행됐다"면서 "이런 사실을 대중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에 대해서는 "250여개의 암호화폐가 상장돼 있다"면서 "단 하나라도 증권으로 입증되면 (위법성을 주장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가 명백한 '투자 계약'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투자 외 기능'이 있다고 해서 증권으로 분류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40년 간 금융업계에 종사하면서 암호화폐 업계처럼 규정을 어기고 정보를 조작하는 곳은 본 적이 없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암호화폐 업계가 공공 자본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면서 "정말 가능성을 가진 분야라면 증권법 준수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현행 규정 준수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방법을 알지만 그럴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위원장은 "디파이를 포함해 암호화폐 증권 거래소에 기존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수차례 발표했다"면서 "이는 법이고 규칙이기 때문에 업계가 말하는 '규제 명확성'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게리 겐슬러는 암호화폐 업계가 증권법 미이행 상태에서 구축한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하며 불편하더라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시장 관할권뿐 아니라 기관과 규제 방식의 정당성이 심사받게 되는 암호화폐 기업과의 소송에서 반드시 승소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기업과 소송해서 져본 일이 없다"면서 "진행 중인 건이 패소한다면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게리 겐슬러는 한 인터뷰에서 "더 이상 디지털 화폐는 필요하지 않다"며 암호화폐의 근본적인 효용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달러, 유로 등 이미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디지털 화폐의 실질적인 활용 사례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업계 "정부 산업 억압 고의적"
업계는 SEC의 거래소 기소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SEC의 거래소 기소가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대한 공격이며 이에 맞서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틴 스미스 미국 블록체인협회 CEO는 "SEC는 법은 제정하지 않고 계속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때가 되면 법원이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을 확신한다"며 "법정에서 SEC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마일스 제닝스 a16z 크립토 탈중앙화 총괄은 "SEC의 조치는 업계 많은 이들이 의심해 왔던 것이 사실임을 보여줬다"면서 "미국 암호화폐 및 웹3에 대한 SEC의 최종 목표는 단지 금지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위해 SEC는 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거부하고 불확실성을 조장했다"면서 "이러한 접근 방식은 SEC의 임무를 거슬러 상당한 투자자 피해와 시장 혼란, 자본 형성 방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미국은 규제 당국이 견제와 균형 없이 운영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설계됐다"면서 "의회와 법원에서 최선의 방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호스킨슨 카르다노 창시자는 SEC 기소장에 대해 "미국 초크 포인트 2.0을 시행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그는 "암호화폐 규제 강화를 통한 SEC의 최종 목표는 소수의 대형 은행만 연계된 CBDC를 통해 금융 활동을 완전히 제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와 권위주의 사이에는 항상 비슷한 싸움이 있어왔다"면서 "암호화폐 업계가 상식적인 규제를 위해 단결하고 미국이 디스토피아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 투자자는 "SEC 위원장이 정부 임명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견해를 가졌던 사람이 물러나지 않고 맹공하고 있다는 것은 위원장 개인의 입장이 아닌 정부 차원의 전략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소 이후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SEC와 CFTC 등 규제 당국은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이들의 움직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장관은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의회와 협력해 더 많은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SEC 거래소 기소, 자충수되나...'FTX 붕괴 면피', '은행 비호' 오명까지
SEC가 대형 거래소 두 곳을 겨냥한 가운데 규제 기관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워렌 데이비슨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SEC 위원장에 대한 해임안을 제출했다. 그는 "미국 자본시장은 폭압적 위원장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며 "권력남용을 해결하고 앞으로 수년간 시장에 가장 이익이 될 것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두 거래소에 대한 SEC의 행보는 기관 실책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FTX 파산의 전조 증상을 살피지 못한 것을 만회하려는 면피책이라는 비판이다.
프렌치 힐 하원의원은 "미국 금융 역사상 최대 사기 사건이자 최대의 위법 행위였던 FTX의 붕괴를 방지하지 못한 SEC의 실패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함"이라면서 "겐슬러 위원장은 FTX를 감독할 시간에 암호화폐를 홍보한 킴 카다시안에 대응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FTX 거래소 파산 전후 SEC의 암호화폐 관련 집행 조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FTX 사건 전 6개월 동안 약 6개에서 이후 6개월 동안 17건으로 늘어났다.
마커스 틸렌 매트릭스포트 연구전략 총괄 역시 "SEC 내부에 FTX 파산 기류를 읽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운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오미드 말레칸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겸임 교수는 "게리 겐슬러 휘하의 SEC는 규제기관이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었다"면서 "암호화폐 업계는 괜찮을 것이지만 규제 당국은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EC의 행보에 대한 유일한 논리적 설명은 전통 금융기관을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말레칸 교수는 "당국의 조치는 '코인베이스의 성공은 SEC가 보호하는 월가를 위협하며,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SEC 위원장이 파트너로 협력했던 대형 은행의 대출 기회를 박탈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EC 위원장은 반세기 만에 금융 부문을 변화시킬 가장 파괴적인 일을 혼자서 금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말레칸 교수는 SEC의 주요 임무가 자본 형성 지원과 투자자 보호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규제기관들은 대부분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지만 SEC는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돕는 것이 역할"이라면서 "SEC와 CFTC가 자유 시장 지향적인 규제 기관으로 알려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자본 형성 방안 중 하나인 암호화폐를 거부함으로써 규제 기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며, 경제 성장과 금융 포용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의 디지털 화폐는 필요하지 않다는 겐슬러 위원장 발언에 대해 "월가와 연준이 제공하는 디지털 화폐만 허용된다"는 뜻이라면서 "자본 형성을 막겠다는 이 발언은 기관 의무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데이터 분석 업체 난센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스바네빅은 "SEC 위원장이 개인이 저축한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결정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제 조치를 취할 권한은 있지만, 산업이 필요한지, 가치가 있는지 결정할 순 없다"며 "그것은 자유 시장의 일"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캠벨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겸임 교수도 "SEC가 암호화폐를 금지해 미국인이 접근할 수 있는 혁신과 투자를 결정하려고 한다"면서 "중국도 울고갈 수준의 국가 통제"라고 힐난했다.
말레칸 교수는 거래소의 현행 규정 준수가 가능하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유틸리티 토큰을 주식이나 부채와 동일하게 규제하면 토큰의 유용성이 사라질 것이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50년 된 월가 모델로 강제하면 포용성이 파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인베이스·바이낸스, 규제 무게 견딜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소송 결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바이낸스는 불법성이 증인들을 통해 명확히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코인베이스는 규제 지형을 결정짓는 소송이 될 것이라는 낙관과 사업 운영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비관이 교차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방송 뱅크리스의 진행자 라이언 애덤스는 "바이낸스가 살아남으면 더 강해지겠지만, FTX와 똑같은 일을 했다면 1000년 약세장을 기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낸스 소송이 증권 문제보다는 '사기 혐의'에 중점을 뒀다면서 피해 규모는 예측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미 바이낸스US는 SEC가 자금 동결 가처분을 신청한 가운데 "사실상 폐업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사로 끝나면 미국 추방 및 벌금선에서 해결되겠지만 법무부가 개입하면 창펑 자오의 글로벌 사업 운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워런, 크리스 밴 홀렌 등 일부 상원의원들은 바이낸스가 바이낸스US의 독립 운영에 대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무부에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커스 틸렌 매트릭스포트 연구전략 총괄은 "1년 뒤 암호화폐 시장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수십억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고, 더 이상 미국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미국 암호화폐 시장은 계속해서 극심한 겨울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트릭스포트 연구전략 총괄은 이미 거래소의 비트코인 절반이 미국 외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미국 거래소 현물 거래량의 시장 점유율은 21%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CFTC와 SEC 모두 바이낸스를 고발한 만큼 거래소가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SEC는 바이낸스가 최소 116억 달러의 불법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고, 창펑 자오가 법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면서 거래소 설립자에 대한 법무부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월 13일 팍소스가 BUSD 토큰 발행을 중단하면서 바이낸스는 호주, 캘리포니아 사업 변경, 수수료 없는 비트코인 거래 중단, 알트코인 거래쌍 제거 등 이미 다양한 형태로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낸스US의 USD 입금 중단 및 법정화폐 출금 일시 중단은 가장 우려스러운 변화"라고 설명했다.
마커스 틸렌은 증권 분류 위기를 맞은 알트코인 시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미국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가 알트코인 카르다노, 폴리곤, 솔라나 지원을 종료한다는 사실은 소매 거래에 대한 관심을 질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선물 미결제약정이 30% 감소하는 등 알트코인 관심이 계속 감소할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커스 틸렌은 "비트코인은 신고점 경신이 가능하지만 2021년 강세장의 알트코인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 코인베이스, 미국 규제 지형 바꾸거나 축소되거나
코인베이스 소송은 증권과 거래소의 의미를 재정의하며 암호화폐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장기적인 기대감이 있다. 암호화폐의 비증권 분류, 브로커딜러가 아닌 '월렛' 규정 등의 규제 개선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는 소송에 자산 일부와 스테이킹에 중점을 둔 만큼 SEC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가장 불리한 판결이 날 경우 스테이킹 사업이 종료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가가 급락하는 코인베이스 악재를 항상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던 아크 인베스트는 다시 한번 주식을 매집하면서 코인베이스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지속했다.
캐시 우드는 지난 6일 운용하는 3개 펀드를 통해 2164만 달러 상당의 코인베이스 주식 41만9324주를 추가 매수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변동성이 커질수록 비트코인에 대한 아크의 신뢰도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바이낸스가 범죄 활동으로 규제 당국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중에는 사기 혐의도 있다"면서 "경쟁업체가 사라져 장기적으로는 코인베이스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인베이스도 피소됐지만 혐의에 '범죄 행위'는 없었다"면서 "바이낸스와 달리 스테이킹 서비스 관련 문제에 휘말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낸스 충격을 흡수한 시장은 코인베이스 기소 당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코인베이스에 대한 시장 신뢰를 보여준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코인베이스에 대한 기관 전망은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코인베이스의 사업 모델이 위협받을 뿐 아니라 경영진이 규제 대응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될 것"라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EC 기소가 사업 모델과 현금 흐름에 미칠 불확실한 영향을 반영, 코인베이스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그는 거래소의 목표 주가를 55 달러에서 39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로펌 애쉬버리 리걸의 변호사 아쇼크 아이야르는 블룸버그에 "바이낸스와 달리 코인베이스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소송은 그야말로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SEC가 코인베이스의 상장을 승인한 것이 '적법성'을 인정한 행위라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SEC는 상장 요건의 적합성만을 판단했을 뿐 사업 합법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펜하이머 증권 애널리스트 오웬 라우는 "이번 법적 싸움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기적으로 타격이 크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불리한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완전히 패소할 경우 수익이 반토막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규제 불가피한 일, 업계가 적응해야
일각에선 암호화폐 업계가 규제에 적응해야 하며 그간 용인됐던 불법적인 부분을 정리할 때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통 금융권이 시행착오 끝에 확립한 증권거래소·브로커·청산기관의 기능 분리나 기업과 고객 자금 간 개별 운용 등 당연한 규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폴 리들리 올드스트리트 디지털 CEO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미국 규제 변화"면서 "모든 기관 펀드 매니저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암호화폐 부문과 모든 글로벌 거래소에 보편적인 규제 명확성과 투명성, 책임성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코인베이스는 이미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바이낸스US는 증명해야 할 것이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티모시 마사드 전 CFTC 위원장은 CNBC 매드머니에 출연해 "암호화폐 업계의 미래는 SEC와 두 거래소 소송의 결과에 달려있다"면서 "혁신을 지속하는 동시에 자전거래 같은 시장 조작을 방지하는 등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던 피츠패트릭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CEO는 암호화폐 산업이 잘못 관리해온 부분, 성숙하고 책임 있게 발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객 자산을 다루는 방식에 관해 이미 오래된 전통과 단순한 규정들이 수립돼 있다"는 SEC의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이미 현실로 자리잡은 만큼, 적법하게 사업을 운영 중인 기존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일반 소비자와 거래자에게도 유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연구 책임자 제임스 버터필은 "이번 소송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기존 금융권에 상응한 규제를 받아야 하며 암호화폐를 대부분 증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재적으로 암호화폐 산업 통제력이 전통 금융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블록체인 기술에 내재된 혁신성과 민주화 이념도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업계 붕괴까지 가진 않겠지만 미국에선 전통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부문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반면, 자체 프레임워크를 개발한 유럽과 다른 국가에서는 새로운 혁신 금융 주체들이 등장해 미래 금융 혁신을 주도하는 두 가지 판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번 소송이 미국 의회가 암호화폐 산업 규제 방안과 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책임 소지를 다루는 포괄적인 프레임워크 수립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은 "SEC는 암호화폐를 대부분 증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암호화폐 기업과 거래가 대부분 현재 증권에 적용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준수하고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소송은 간단한 법적 소송이 아니다"라면서 "어떤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분류될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SEC와 리플 사건이 법적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플은 2020년 12월부터 2년 넘게 소송을 지속하고 있다.
투자은행은 "규제 프레임워크 작업이 이뤄지기전까지 암호화폐 활동은 미국 밖으로, 탈중앙화된 기관으로 계속 옮겨갈 것"이라면서 "암호화폐 벤처 투자금이 침체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의원들이 SEC 입장을 지지한다면 코인베이스, 바이낸스US를 비롯한 미국 거래소는 브로커로 등록해야 하며, 암호화폐는 대부분 증권으로 취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이 같은 변화가 "더 많은 부담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암호화폐 시장이 적절하게 규제되고 더 많은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를 제공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공백 주시하는 유럽·홍콩
미국의 규제 갈등과 부재로 인해, 규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유럽,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CEO는 소송이 빠른 시일 내에 끝나진 않을 것이라며 사업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다수의 기업이 미국에서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고, 이미 많은 기업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일자리와 세수를 잃을 것이며 혁신적 글로벌 지위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찰스 홉스킨슨 카르다노 창시자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규제기관과의 협력 대신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부 암호화폐 기업들이 시장을 완전히 떠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현재 미국 암호화폐 규제는 명확성이 부족하고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입법부는 상식적이고 소비자 지향적인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과 무결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면서 "프로토콜은 프로토콜이지 증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미국 규제 당국과 암호화폐 업계 충돌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류가 나온다.
조아힘 슈웰린 유럽 위원회 수석 경제학자는 "많은 기업들이 미국 내 불확실성 때문에 유럽으로 오는데, 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럽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종합 암호화폐 법안 미카(MiCA)의 주요 협상자 온드레이 코바릭 유럽연합 의원도 "최근 미국 SEC 움직임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유럽 시장 이전이나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커스 틸렌 연구총괄은 "암호화폐 기업에게 남은 실행 가능한 옵션은 기업에 공평한 경쟁의 장과 자금을 제공하고, 대형 패밀리 오피스가 있는 홍콩"이라면서 "홍콩이 실제로 중국 관문이라면 암호화폐는 아시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암호화폐 산업은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산업 중심지가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홍콩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2년 전 암호화폐 부문 진입을 준비했던 대규모 기관 자본은 주로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아시아의 조치는 미국의 규제 집행 조치를 상쇄할 만큼 결정적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해당 투자자들이 현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개방 기대감을 높이는 홍콩의 암호화폐 친화적 기조는 미국 기업이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며 "홍콩이 아시아 거점지역으로 눈도장 찍으면 장기적으로 중국 암호화폐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와 창펑 자오가 중국계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결국 미·중 패권경쟁의 또 다른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물론 미국과 보폭을 맞추며 규제 강도를 높이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 나이지리아 증권 당국은 즉각 바이낸스 현지 법인에 운영 중단을 명령했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특정 결제를 거부하거나 24시간 동안 보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탈중앙화 세계 계속될 것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무너지는 최악의 경우 암호화폐 시장에 실존적 위기가 될까. FTX 붕괴 이후 시장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암호화폐 인플루언서 레드폰(redphone)은 두 거래소를 상대로 한 SEC의 소송이 암호화폐 산업을 전복시키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마운트곡스, 크립시, 히트비티씨, 크라켄,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FTX 등 매 주기마다 주역들이 있었다"면서 "매번 더 발전하면서 기존 거래소들이 혁신에 나서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래소가 무너지더라도 전통 금융기관·핀테크 기업, 신생 거래소, 디파이 세 부문이 새롭게 경쟁을 벌이며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충분한 탈중앙화가 불안정한 암호화폐 시장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SEC 기소 이후 중앙화 거래소(CEX)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 탈중앙화 거래소(DEX)로 이동하고 있다.
DEX 일간 거래량 기준 5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상위 3위 DEX인 이더리움 기반 유니스왑 V3, 아비트럼 기반 유니스왑 V3, BSC 기반 팬케이크는 기소 이틀 만에 444%의 거래량 급증을 경험했다.
그는 "모든 부분이 탈중앙화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충분히 탈중앙화되는 지점에 도달한다면 더 이상 중앙화 거래소를 희생시킬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낸스의 탈출구 역시 BNB체인을 통한 디파이 활성화라고 제시했다.
라이언 애덤스는 "앞으로 많은 규제 싸움이 있겠지만 업계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EC가 증권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모든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것이며 기반 블록체인들 역시 계속해서 블록을 생성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