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Ripple)과의 소송에서 항소를 공식 철회하며 약 4년에 걸친 법적 공방이 사실상 종결됐다. XRP의 제도권 진입 기대감이 부상하고 있지만, 리플이 기관 투자자에게 XRP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번 해소 조치 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XRP의 향후 판매 방식에 집중되고 있다.
전 SEC 지역지사장 출신 변호사 마크 페이글(Marc Fagel)은 현재 법적 구속력을 가진 핵심 판결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재판부는 리플이 과거 기관 투자자에게 XRP를 판매한 방식이 미등록 증권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는 "SEC가 금지명령을 취소하더라도 법원 판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동일한 조건으로 XRP를 재판매할 경우 불법성이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판매 방식'이다. 단순 계약을 넘어서 판매 절차와 투자자 기대 형성 과정 자체가 증권성 인정에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플은 과거와 유사한 형태의 XRP 유통을 반복할 경우 또 다시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예외 조항을 활용한 기관 판매는 기회를 열어둔다. 페이글에 따르면,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제한적 매도는 연방 증권법의 등록요건에서 면제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적 배정 방식이나 투자자 수 제한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SEC가 최근 전방위적인 암호화폐 집행에 소극적인 것도 시장에는 일종의 여지를 제공한다는 평가다.
한편 향후 XRP의 제도권 활용 확대 가능성과 관련해 리플은 법원에 금지명령 해제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토레스 판사가 과거 판결을 보다 명확히 다듬을지를 주목하고 있지만, 페이글은 "이미 판단을 내린 만큼 추가 명시적 설명을 내놓을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당장 XRP의 법적 지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상황은 아니지만, 이번 SEC의 항소 철회는 리플에게 큰 상징적 승리이자 제도화를 향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향후 리플이 어떠한 방식으로 기관 거래를 설계하느냐가 XRP의 전방위 활용도와 가격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