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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홍콩, 규제 온도차에 기우는 암호화폐 산업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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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레 기자

2023.05.30 (화)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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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의와 성실의 부재를 드러냈던 암호화폐 산업은 냉랭한 규제 분위기를 맞고 있다. 무관심하게 방치됐다가 뜨거운 감자가 됐던 암호화폐는 이제 '사회적 문제'와 '대안 자산' 사이 어디쯤 자리하고 있다. 유동성 파티 끝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들이나 아직 암호화폐 잠재력이 못내 아쉬운 이들 모두 산업을 다룰 마땅한 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마다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과 규제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다. 특히 미국과 홍콩이 상반된 암호화폐 규제 접근법을 채택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은 전통 금융 보호에 방점을 두고 기존 규제 틀 안에 암호화폐 혁신을 가두는 길을 택한 모습이다. 반대로 홍콩은 강세장의 재현이나 산업의 재도약을 예견하듯 열린 규제를 제시하며 그 뒤편에 있는 중국 시장의 개방을 기대하게 했다.

사진 = 셔터스톡

조용한 축출...강경론에 힘 실린 미국

시장 상황이 괜찮았던 지난해 3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최초의 암호화폐 행정명령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편견 없이 산업을 이해하고 통일된 규제 접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같은해 암호화폐 기업들이 무너지고, 그 피해가 전통 금융권까지 미칠 수 있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을 억제하는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은근한 제약과 압박으로 산업이 운신할 폭을 좁히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불만이 터져나왔다.

주요 암호화폐 기업 중 코인베이스가 리플과 크라켄에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증권법 위반 가능성 또는 규제 적절성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최초로 상장된 코인베이스는 기존 규제 적응에 힘써왔지만 결국 집행 예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거래소는 SEC를 상대로 지난해 제출한 규제 청원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청원은 암호화폐의 증권 여부를 밝히고, 정식 규제 지침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거래소는 집행 조치가 있기 전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SEC가 업계의 규제 이행을 돕기 위한 명확한 지침 제공을 먼저 거부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규제 명확성의 부재와 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미국 규제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불만들이다.

사법부조차 미국 암호화폐 규제 명확성의 부재를 지적하며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보이저디지털 파산 사건을 담당한 마이클 와일즈 미국 연방 파산 판사는 "암호화폐 상품인지 증권인지, 둘 다 아닌지, 심지어 이 같은 판단을 내릴 때 적용해야 하는 기준에 대해 당국조차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불확실성은 암호화폐가 수년 동안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도 짚었다.

코인베이스 글로벌 사업 개발 부사장인 나나 무루게산(Nana Murugesan)도 캐나다가 규제 수위를 높였지만 '참여' 중심의 규제 접근을 택한 반면에 미국은 '집행' 중심의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SEC는 코인베이스의 소송에 대해 "기업이 정부 기관에 특정 의무를 이행하도록 명령할 권리가 없다"며 여전히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거래소는 맨다무스(mandamus, 직무집행) 청원서를 제출해 SEC가 명확한 규제를 내놓도록 압박을 이어가는 중이다.

코인베이스는 버뮤다에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 설립, 싱가포르 신규 서비스 확대, 아랍에미리트연방(UAE) 방문 등 미국 외 국가로 기업 중심이 옮겨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미국 규제 갈등을 풀기 위해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글로벌 자문 위원회를 출범하고, TV 광고를 통해 시장 정당성을 전달하는 등 공격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

부채한도 협상에서 드러난 美 정부 시각

최근 미국 정부와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 과정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관점이 드러났다.

사진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G7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 모습 / 퍼스트포스트 유튜브 영상 갈무리

21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밝히는 가운데 "부유세 회피 행위와 암호화폐 거래자를 보호하고, 100만 미국인의 식품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공화당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트위터에도 '부유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돕는 세금 허점을 없애 180억 달러(한화 약 23조8140억원)의 세수를 올리자는 정부 제안'과 '식품 안전 검사 예산 150억 달러(한화 약 19조8450억원)를 삭감하자는 공화당 제안'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편, 해당 트윗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트윗에 커뮤니티가 직접 문맥과 설명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노트'가 달렸다.

커뮤니티는 "암호화폐는 재산으로 간주되며 관련 일반 세칙이 적용된다"면서 "투자자는 암호화폐 매도 시 발생하는 자본 이득에 대해 납세해야 하며, 이를 피할 '허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채굴 전력 사용 30% 과세'는 정부가 2024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제시했던 과세안으로, 부채한도 협상 테이블에서 탈락했다.

코인베이스와 마찬가지로 아랍에미리트(UAE) 진출을 고려 중인 비트코인 채굴업체 마라톤 디지털(Marathon Digital)의 최고경영자(CEO) 프레드 틸은 정부가 "암호화폐 채굴에 징벌적인 과세를 도입하려고 한다"면서 "업체가 대부분 미국을 떠날 것이고, 세수 확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암호화폐가 보호와 육성이 필요한 잠재 기술이 아니라 관리와 감독이 요구되는 문제 활동이라는 시각을 드러냈고, 기술 혜택과 잠재력, 경제적 가치보다는 불법 행위와 세금 징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집행을 통한 규제에 업계는 불만, 정계도 우려

미국 규제 방식에 대해 업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벨쉬 비트고 CEO는 코인데스크 칼럼을 통해 "미국이 암호화폐를 차단해도 산업은 발전한다"면서 "단지 미국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불리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동적인 자본 시장을 갖게 된 건 이를 뒷받침한 규제 체계 때문"이라면서 "암호화폐 규제에 있어서는 세계 최악의 관할권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 및 주 정부에 걸친 파편화된 규제, 암호화폐 근절을 목표로 하는 규제 변경 등을 언급하며 "입법 및 규제 기관이 함께 신속하게 움직여야 성장하는 글로벌 산업 입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벨쉬 CEO는 2018년 비트고가 자발적인 규제 이행을 위해 SEC에 공식 의견을 구했지만 약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변이 없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경쟁 시장에서 뒤처지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나은 규제 이행 및 감사가 가능한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불필요한 규칙을 도입해 기술 유용성을 헤치거나 완전히 새로운 거래 검증 매커니즘인 '스테이킹(staking)'처럼 기존 틀에 딱 들어맞지 않는 활동을 우겨넣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 업계가 더 나은 금융을 목표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규제 당국이 '협력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하면서 '새로운 정의 및 규칙 제공'이 '집행을 통한 규제'보다 더 나은 과정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은행권 붕괴의 책임을 암호화폐에 전가하려는 것을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은 암호화폐의 위험성이 아닌 혁신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규제 실패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조 달러(한화 약 1323조원)의 암호화폐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비례하는 은행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지난 4년간 거의 모든 미국 은행들이 암호화폐 부문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규제 당국은 전통 은행의 참여에 대한 명확한 지침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실버게이트 은행 등 소규모 은행에 위험을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은행 한 곳이 업계 은행 요구의 85%를 부담하는 대신, 수백개 은행이 각각 업계의 1%씩만 부담하게 했다면 전통 은행권과 암호화폐 업계 양측에 모두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규제 당국이 이를 도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업계뿐 아니라 정계와 국제 조직에서도 규제 접근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 내 유력한 대선 후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현 정권은 확실히 비트코인을 싫어하며 결국은 사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텍사스 주 의회는 "정부는 상품∙서비스를 거래하거나 계약할 때 현금, 동전, 금괴, 디지털 화폐, 가증권을 포함해 상호 합의된 교환 매체를 소유∙보유∙사용할 국민의 권리를 금지해선 안 된다"고 주 권리장전을 변경하며 정부의 암호화폐 근절 시도를 거스르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규제 백서에서 "미국의 법 집행을 통한 규제 방식은 규제해야 할 것과 해선 안 될 것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를 배제시킬 수 있다"며 "이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 활동을 기반한 중개기관 중심의 규제 접근방식은 암호화폐와 관련 생태계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는 암호화폐 활동이 전통 금융 활동과 유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기술을 위한 민첩한 규제 접근을 촉구하면서 "정책 및 규제 개발이 정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이해관계자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격차가 '경쟁력' 격차 만든다

암호화폐 업계는 미국 당국이 억압적인 규제를 시행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사진 = 셔터스톡

아크 인베스트먼트 소속 애널리스트 야신 엘만드라(Yassine Elmandjra)는 지난 22일 "암호화폐 규제 불확실성이 미국의 혁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크 연구원은 제인 스트리트 그룹(Jane Street Group),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 같은 주요 트레이딩 기업들은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암호화폐 시장 참여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같은 대형 트레이딩 기업들이 시장에서 빠지면서 미국 암호화폐 시장 유동성이 상당히 감소했고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을 심화하고 있다.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량은 3월 하루 200억 달러(한화 약 26조4600억원)에서 지난 주 40억 달러(한화 약 5조2920억원)로, 75% 감소했다.

엘만드라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참여했던 미국 암호화폐 생태계는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면서 "다른 기관 관심 역시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존 기업과 신규 진입자 모두 암호화폐 산업에 뛰어들지 못하게 된다"이라면서 "미국은 UAE, 한국, 호주, 스위스 같은 국가에 혁신 산업의 선두 자리를 내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커스 틸렌 매트릭스포트(Matrixport) 연구 총괄도 비트코인이 시작된 미국이 오히려 암호화폐를 규제하면서 아시아 시장으로 중심이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암호화폐 가격 변동의 주요 원인은 대개 규제 이슈"라면서 "암호화폐 역사를 보면 친암호화폐 국가로 수십억 달러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알렉스 손 갤럭시 디지털 펌웨어 리서치 총괄은 "미국은 세계의 나머지 지역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영국, 홍콩, 두바이, 유럽은 기업이 실제로 이행할 점진적인 규제를 제정하고 작업하고 있다면 미국은 단순 근절을 넘어 광범위한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와 투자자를 사기와 남용에 취약하게 만드는 불충분한 규제, 발전과 투자를 억제하는 지나치게 제한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지속적인 산업 성장과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렉스 손은 "기술 발전을 방해하지 않고 공익을 보호하는 명확하고 일관된 규칙이 있을 때 균형 잡힌 접근이 가능하다"면서 "업계 이해 관계자와 긴밀히 협력하고, 확립된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가진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를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 셔터스톡

위기를 기회로...다른 길 가는 홍콩

글로벌 금융 허브로 꼽히는 홍콩은 위기를 맞은 암호화폐 업계에 친화적인 규제 기조를 채택하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허브'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 규제 체계와 거래소 허가제를 통해 안전망을 구축한 다음 개인 투자자까지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이 붕괴하면서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홍콩이 강력한 규제 체계를 갖춘 만큼 더욱 안전한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올해 2월 20일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종합 규제 요건을 제안했다.

안전한 수탁, 신원인증,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 이해충돌 방지, 암호화폐 거래 허용 요건, 시장 조작·악용 행위 방지, 회계감사, 리스크 관리, 사이버 보안 방안 등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사안을 다뤘다.

줄리아 릉 SFC 위원장은 "당국이 명확한 규제 기대치를 제시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동일 사업, 동일 위험, 동일 규칙'의 원칙에 따른 규제 체계를 통해 강력한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콩 증권 당국은 지난 3월 31일까지 규제안에 대해 협의 기간을 가지고 업계와 시장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지난 23일 152건의 서면 응답을 반영한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25일 지침 발표, 시범 기간 안내, 신청서 발부, 내달 1일 거래소 접수 시작 등 구체적인 일정도 공유했다.

홍콩 당국은 "응답자들은 대부분 규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허가 거래소를 통한 개인 투자자 지원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규제 체계를 만들어 암호화폐 업계가 진입할 합법적인 경로를 제시하지만, 규제 기준은 매우 엄격할 전망이다.

홍콩은 허가제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감독하고, 상장 암호화폐를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특정 암호화폐 관련 홍보 활동이나 대출(이자 발생) 서비스, 독점 거래, 플랫폼 내 암호화폐 보유 등을 금지한다.

지난 10일 에디 유 홍콩통화청(HKMA) 총재는 "암호화폐 산업에 가벼운 규제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과도했던 암호화폐 규제를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했다"면서 "신규 규제 체계를 통해 FTX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웨이원 홍콩 금융감독국장은 "암호화폐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하도록 관련 감독을 허투루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 = ZA은행 공식 사이트 갈무리

홍콩 개방에 들뜬 업계 진출 러시

홍콩은 지난해 10월 암호화폐 허브 도시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직후부터 규제 시행이 가시화된 현재까지 많은 기업들이 본사 이전, 지사 설립 등을 통한 홍콩 진출 의사를 밝혔다.

특히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후오비는 홍콩 진출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일찍이 허가 취득 작업에 착수했다. 현지 직원을 5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할 뿐 아니라 본사까지 이전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할 뜻을 나타냈다.

지난 26일에는 홍콩 규제에 부합하는 홍콩 존(HK Zone)을 신설, 비트코인, 이더리움, 트론, 후오비토큰 거래를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거래량 기준 2위 암호화폐 거래소 OKX는 올초 홍콩 법인을 설립, 암호화폐 16종에 대한 현물 거래를 계획하고 있다. 홍콩 이용자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앱 업데이트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게이트아이오(Gate.io)가 지난 2월 홍콩 진출 계획을, 지난 23일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 소식을 전했다.

비트멕스도 홍콩 거래소 허가 취득을 준비 중이며, 현물 거래 및 입출금이 가능한 홍콩 이용자 전용 모바일 앱도 출시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기업뿐 아니라 동남아 최대 은행 DBS, 홍콩 최대 온라인 은행 홍콩 ZA은행 등 전통 금융권 및 일반 기업에서도 홍콩에서의 암호화폐 사업을 구상 중이다.

중국의 메이저 온라인 증권사 타이거 증권, 상하이 최대 개발업체 '그린랜드 홀딩스(Greenland Holdings)', 다수의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등이 홍콩을 통한 암호화폐 사업 추진에 나섰다.

사진 = 셔터스톡

은행 서비스 지원에 인식 개선까지...수용적인 분위기 조성

홍콩 당국은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접근 인프라와 경로, 산업 인식까지 개선하며 실질적인 홍콩 진입 방안을 열어주고 있다.

홍콩 통화청(HKMA)은 은행에 업계 실사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계좌 개설 전담 팀 조직과 직원 교육 강화를 촉구하는 등 암호화폐 업계의 은행권 접근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은행이 불필요하게 암호화폐 업계의 계좌 개설을 어렵게 해선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통화청은 "홍콩은 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투자자 보호 규제 체계도 마련했다"면서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은행 서비스 제공을 제한하는 법적, 규제 요건이 없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자금 세탁 위험이 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부문에 대한 은행권 이해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열린 태도를 나타냈다.

홍콩 최대 온라인 은행 ZA, 중국 5대 시중은행 '교통은행' 홍콩 지사 등 실제 은행의 암호화폐 기업 협력 소식도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교통은행 홍콩 지부가 다수의 암호화폐 기업과 협력하며 계좌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입법회 우제좡 의원은 "신규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통해 웹3.0 산업을 기대한다"면서 "더 많은 글로벌 인재와 기업을 유치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닐 탄 홍콩핀테크협회장은 다른 나라들이 한발 물러난 가운데 홍콩이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수립할 뿐 아니라 블록체인 전문가와 인프라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산업이 암호화폐에 수용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면서 "개인, 고액 자산가, 기관 등 많은 이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장치와 규제를 바탕으로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시장 참가자들은 분명 홍콩으로 올 것"이라면서 "중국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은데 실업률이 높다. 그들이 빅테크 허브인 홍콩으로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블록체인 벤처 투자사 CMCC 글로벌 공동 창업자 찰리 모리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암호화폐 시장 규제가 홍콩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제 발등을 찍으며 다른 나라에 혁신 기업을 유치할 기회를 주고 있다"면서 "특히 홍콩이 이 기회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뒤편에 '중국' 시장 있을까

사진 = 셔터스톡

홍콩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개방을 시사한 직후부터 향후 중국 시장도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따랐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홍콩은 한 국가지만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중국 본토와 상관 없이 자체 암호화폐 규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0년 중국과 규제 기조를 일치시키기 위해 암호화폐 연계 상품을 거래하는 것조차 꺼렸던 홍콩 당국이 암호화폐 업계에 문을 열기로 결정한 것에 중국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저스틴 선 트론 창시자 등 중국계 인사들은 홍콩이 중국 시장 개방을 위한 '실험장'이라고 확신하며, 2017년, 2021년 암호화폐에 대한 강경한 금지 입장을 취한 중국이 홍콩을 통해 간접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저스틴 선은 "중국 당국은 홍콩을 선전과 같은 실험 지역으로 간주한다"면서 "홍콩을 통해 암호화폐 채택 효과와 반응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 역시 중국이 홍콩을 본토 암호화폐 개방의 실험장으로 삼은 것이 매우 현명한 조치이며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했다.

내달 1일 홍콩의 신규 암호화폐 규제 체계 시행을 앞두고, 베이징 시 정부 기관이 웹3.0 백서를 발간하고, 중국 방송에서 여러 차례 암호화폐가 등장하면서 우연, 실수 또는 의도적으로 보낸 신호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홍콩의 암호화폐 규제 시행을 다룬 CCTV 방송은 '비트코인 구매'라는 문구가 적힌 비트코인 ATM을 비추는 등 암호화폐를 방송에 노출시켰다.

바이낸스 CEO는 "중국 관영 CCTV가 암호화폐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면서 "중국어권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한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해당 방송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마커스 틸렌 매트릭스포트 연구전략 총괄은 CCTV가 10억명이 시청하는 중국 최대 국영 방송사이며 "방송 내용 중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 202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식 결승 중계 방송에서 밈코인 플로키 광고가 나오고, 한 가수가 음악 방송에 크립토펑크 의상을 입고 출연하는 등 여러 차례 암호화폐 노출이 이뤄졌다.

홍콩 규제 시행과 맞물린 베이징 시의 웹3.0 백서 발간 역시 관심을 끌었다.

중국 베이징과학기술위원회가 25일 개막한 대규모 과학기술 행사 '중관춘 포럼'에서 '인터넷 3.0 혁신 발전 백서(2023)'를 공개하며 블록체인을 웹3.0 인프라 레이어의 핵심 기술로 조명했다.

백서는 "블록체인 핵심 아키텍처가 점차 성숙해지고 안정화되면서 새로운 발전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으며, "베이징을 글로벌 디지털 경제 혁신 중심지로 세우기 위해 2025년까지 매년 최소 1억 위안(한화 약 18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 셔터스톡

'극과 극' 혼란스런 국가별 암호화폐 규제 상황

미국과 홍콩 뿐 아니라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와 규제 작업은 전 세계 곳곳에서 불규칙하고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달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종합 법안 미카(MiCa)를 통과시키고 27개 회원국에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은 지난 의회를, 이달 이사회를 통과하며 시행을 확정지었다.

암호화폐 발행과 거래 투명성, 공시 의무, 내부자 거래 제한, 발행인 자격 요건, 인증, 관리, 감독 방안 등을 골자로 했다.

당국과 업계 간 명확한 의견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내면서 최초의 암호화폐 종합 법안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영국 정부는 암호화폐 기술 및 투자를 위한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올해 2월 규제 수립을 약속했지만 규제 수립 및 접근법에 대한 목소리를 통합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 하원 재무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 투자자의 암호화폐 거래는 '금융 서비스'보다는 스포츠 베팅에 더 가깝다"며 암호화폐를 도박처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대형 암호화폐조차도 내재 가치가 없고 뚜렷한 사회적 이익이 없다"며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암호화폐 규제 수립 계획에 반대하며 "규제를 수립하면 암호화폐 투자 활동이 안전하고 보호받는 것이라는 후광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으로, 미비했던 규제 환경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11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기존에 발의됐던 법안 19건을 통합·조정한 것으로, 가상자산 이용자에 대한 보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율을 골자로 한다.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고객 예치금의 예치·신탁 ▲고객 가상자산과 동일종목·동일수량 보관 ▲해킹·전산장애 등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의 적립 ▲가상자산 거래기록의 생성·보관 등을 의무화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자금세탁방지에 중점을 뒀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넘어 가상자산에 관한 1단계 입법이다.

본회의 결의를 거쳐 법률로 제정되면 이르면 내년 6월 효력이 발생할 전망이다.

향후 가상자산에 관한 2단계 입법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발행, 유통, 공시, 상장 등 민감한 사안이 남았지만 이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규제라는 비판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규제 수립 작업이 요구된다.

이석란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2단계 법안 시행 전까지는 일부 규율 체계 측면에서 빈 영역이 있는데 금융감독원, 업계와 함께 자율규제 형식으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외 법안 중 유럽연합의 미카, 미국 입법 논의 등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규율 체계를 만들거나 시행하는 데 참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가상자산 업계의 공정한 거래 정착을 위해 가상자산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준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국회의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입법이 최종 완료되지 않았지만, 금감원은 법 시행에 대비해 감독·검사 및 불공정거래 조사 등의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시도하는 국제 기구들

글로벌 규제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국경 없는 암호화폐를 규제하기 위한 통일된 규제 수립을 촉구하는 국제 표준 수립기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 조직들은 더 이상 암호화폐 규제 진공 상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각국에 철저한 규제 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암호화폐와 디지털 시장에 대한 글로벌 통합 규제 권고안을 처음 공개했다.

IOSCO 측은 "암호화폐 규제 불확실성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면서 "해당 권고안이 투자자 보호와 시장 무결성 리스크에 대한 매우 명확하고 직접적인 위험을 해소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된 글로벌 규제 표준안은 이해충돌과 시장 조작, 국가 간 규제 협력, 암호화폐 자산 위탁 관리, 운영 위험, 소매 고객 처우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다뤘다.

감시기구는 제안된 18가지 조치는 암호화폐 거래 관련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전통 시장에서 오랫동안 확립돼 온 안전장치들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IOSCO는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등 전 세계 금융 당국 여론을 조사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관련 표준을 완성해, 전 세계 130개 회원국 증권 당국이 이를 활용해 자체 규제안을 신속히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라자 쿠마 국제자금세탁기구(FATF) 의장도 지난 18일(현지시간) '무법 암호화폐 공간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G7은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및 확산 자금 조달 방지를 위한 글로벌 표준인 FATF 권고안을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FATF가 2019년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 기준을 암호화폐로 확대했지만 일부 G20 국가를 포함한 73%의 국가가 규제 이행에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2월 총회에서도 관련 규제 감독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암호화폐는 여전히 규제하기 까다로운 분야로 남아있고, 많은 국가들이 해당 부문에서 경험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라자 쿠마 의장은 "관련 위험이 증가했지만 암호화폐는 사실상 무법천지인 글로벌 환경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다"면서 "각국은 범죄자, 테러리스트, 불량 국가가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무법 공간을 차단하기 위해 긴급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장은 "불법 금융 거래를 위한 가상의 안전 피난처가 존재하지 않도록 G7 국가들은 암호화폐 부문을 규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가상자산사업자가 거래 양측 당사자를 식별할 것을 요구하는 '트래블 룰(Travel Rule)' 이행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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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1mini

2024.11.02 21:33:38

ㄱ ㅅ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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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DO

2023.12.12 10:18:55

오늘도 유익한 정보와 뉴스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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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yo

2023.11.20 11:00:43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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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3372

2023.10.22 18:06:2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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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DO

2023.10.22 00:19:10

일요일도 유익한 뉴스와 정보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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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사이드

2023.10.21 23:58:53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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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

2023.10.21 16:43:3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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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3372

2023.10.21 00:33: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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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용

2023.10.14 13:20:1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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쌘디

2023.09.25 13:38:0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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