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노보그라츠가 이끄는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이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 LUNA) 투자·홍보와 관련된 조사를 종료하기 위해 총 2억 달러(약 2,920억 원)를 지급하기로 뉴욕 검찰과 합의했다. 테라가 폭락하기 전 해당 토큰을 저가에 대량 확보하고도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혐의가 주요 쟁점이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주 검찰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갤럭시 디지털은 2020년 10월 당시 테라를 토큰당 0.31달러에 1,850만 개 매입한 뒤, 이를 홍보하고 가격이 최고 119.18달러까지 오를 때까지 대중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갤럭시는 수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렸고, 일부 중요한 정보는 투자자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갤럭시가 루나의 시장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데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합의에 따라 갤럭시는 향후 3년에 걸쳐 총 2억 달러의 금전적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 중 4,000만 달러는 15일 내 지급되며, 1년 후 추가 4,000만 달러, 이후 2년 차와 3년 차에 각각 6,000만 달러씩 분할 납부할 예정이다.
뉴욕 검찰은 또, 갤럭시 디지털과 노보그라츠가 테라 생태계에 진입하지 않은 제휴사를 마치 테라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처럼 허위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갤럭시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간편결제앱 차이(Chai)가 테라 블록체인 위에 구현됐고, 연간 12억 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처리하는 200만 명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알렸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 측 주장에 의존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갤럭시가 정보를 독자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거짓 주장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테라의 몰락은 2022년 5월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가격이 달러와의 고정 환율을 유지하지 못하며 시작됐다. 대량의 UST가 매도된 뒤 알고리즘상 자동으로 루나를 발행해 UST를 사들이는 구조가 가격 폭락을 가속시켰고, 루나 역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가격이 급락했다. 이로 인해 테라와 루나는 순식간에 거의 전액에 가까운 가치를 잃었고, 수십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면서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이번 합의는 테라 사태에 연루된 주요 기관 중 하나가 법적 책임을 일부 인정하며 부담을 덜어낸 사례로 평가되지만, 테라 생태계를 주도한 권도형 등 핵심 인물에 대한 미국 내 재판 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젝트 홍보에 앞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는 원칙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