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 정책에 반영될 핵심 지표에서 '물가 상승 둔화' 신호가 확인되면서, FTX 사태가 촉발한 이틀 간의 매도 흐름이 잦아들었다.
지난 8일 FTX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암호화폐 시장을 '극심한 공포' 국면으로 밀어넣었다. 2만 달러선에서 횡보했던 비트코인은 이틀 만에 25%, 이더리움은 30% 이상 폭락했다. 비트코인은 한때 1만5550달러선까지 내려가 연 최저점, 2년 최저 수준을 찍었다.
하락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10일 저녁 나온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분위기를 뒤집었다.
지난달 물가는 전년 대비 7.7%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 7%대로 내려왔다.
이는 시장을 짓누르던 긴축 통화 정책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을 강화하며 암호화폐 시장을 끌어올렸다.
비트코인은 CPI 발표 후 몇 분 만에 반등을 시작해 1만8000달러선을 터치, 이더리움은 1339달러까지 반등했다.
FTX 직격탄을 맞아 70% 이상 급락했던 솔라나는 30% 가량을 회복했다. 주초 140% 폭락한 FTX 자체 토큰 FTT는 21% 상승했다.
주식 시장은 낙관적인 물가 지표에 더욱 가볍게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스티브 맥클러그 발키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0일(현지시간) CNBC에 "전날 대량 매도세 이후 시작된 안도 랠리는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투기 움직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시장이 거시경제 영향이나 FTX 문제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칼리 콕스 이토로 투자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환경이 신생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면서 "아직 시장이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해 가격 측면에서 (거시경제 영향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의 유용성은 이미 증명된 상태"라면서 "사회는 탈중앙화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맥클러그 발키리 CIO도 "(FTX 관련) 레버리지가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을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자산운용사 자금이 FTX에 묶여있다"면서 "연쇄적인 상환 움직임이 발생할 경우 제3의 매도 압력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인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라면서 "시장이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FTX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장은 FTX 사태의 전개 상황과 파급 반경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바이낸스의 구제 금융을 기대했지만 이는 무산됐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CEO는 파산을 막기 위한 긴급 자금 조달 등 수습에 나섰다.
FTX와 연계 거래소 FTX US, 피인수 업체 블록파이 등이 인출을 중단했는데, FTX는 저스틴 선 트론 창시자의 지원을 받아 오늘 3시 30분부터 트론(TRX), 비트토렌트(BTT), 저스트(JST), 썬(SUN), HT 등에 대한 출금 재개를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FTX US는 이더리움 출금 재개를 예고한 상태다.
오후 3시 토큰포스트 시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3.94% 상승한 1만7308달러, 이더리움은 전날 대비 6.77% 상승한 1263.9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