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운용사 찰스 슈왑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MZ 세대의 절반 가량이 암호화폐 투자에 퇴직연금을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자산운용사는 지난 4월 4일부터 19일까지 21세에서 70세 사이의 401(k) 퇴직연금 가입자 1100명을 대상으로 10분 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5인 이상 사업장 근무자, 401(k)에 퇴직연금 납입자로 대상을 한정했다.
401(k)는 기업이 직원 급여의 일부를 차감해 투자 계정이나 저축 계정에 적립하는 퇴직연금이다. 급여의 3~40%까지 적립가능하며 세금 공제 혜택이 있다. 우리나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비슷한 제도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 밀레니얼 세대(1980년~1990년대 중반 출생) 응답자의 45%,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응답자의 46%가 퇴직연금 401(k)를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원한다고 응답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47%, Z세대의 43%는 이미 다른 방식을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X세대(1970년대~1980년대 출생)와 부머 세대(1950년 중반~1960년대 중반 출생)는 각각 31%, 11%만이 401(k)를 암호화폐에 투자 노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사진= 세대별 퇴직연금 투자 수단 선호도 / 출처 찰스 슈왑 보고서
퇴직연금 암호화폐 투자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자산운영사 '피델리티'가 고객 퇴직연금 일부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피델리티는 2만3000개 기업, 2000만명이 참여하는 퇴직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운용 자산이 2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자산운용사는 "젊은 직원을 둔 고용주들을 중심으로 퇴직연금의 비트코인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위험성을 고려해 고용주의 암호화폐 투자 비중을 20% 이내로, 근로자 계좌 잔액의 최대 20%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노동부는 근로자의 노후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을 가격 변동이 큰 암호화폐에 노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밝혔다.
실제로 캐나다 퀘벡주 연기금(CDPQ)이 현재 파산한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에 1억547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사례도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의회가 나서서 401(k) 같은 퇴직연금에 어떤 자산을 포함할 수 있는지 규제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티나 스미스, 리차드 더빈 상원의원들은 피델리티에 서한을 보내 "수백만 미국인의 퇴직자금을 투기성이 큰 암호화폐에 노출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반대로, 업계와 의회 일각에서 이같은 개입은 투자 선택권과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토미 투버빌 상원의원, 바이런 노널드 하원의원 등은 노동부가 이용자의 투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법안을, 팻 투미, 팀 스캇, 피터 메이제르 의원은 401(k) 투자 옵션에 암호화폐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은퇴저축현대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