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위험 자산인 암호화폐에 퇴직연금을 투자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입법을 통해 퇴직연금 허용 자산을 제한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딜북(DealBook)' 정책포럼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옐런 장관은 "은퇴를 위해 저축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암호화폐 투자는) 추천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내가 보기에 암호화폐는 매우 위험한 투자"라고 경고했다.
◇피델리티 '퇴직연금 암호화폐 투자 상품', 논란 불씨
4월 26일 미국의 대형 퇴직연금 운영사인 피델리티가 퇴직연금 '401(k)'의 투자 옵션으로 비트코인을 추가한다고 발표하면서 퇴직연금의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401(k)는 기업이 직원 급여의 일부를 차감해 투자 계정이나 저축 계정에 적립하는 퇴직연금이다. 급여의 3~40%까지 적립가능하며 세금 공제 혜택이 있다. 우리나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비슷한 제도다.
피델리티의 발표 직후인 4월 29일 알리 카와르 노동부 차관보 대행은 "노후 계획과 보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해당 계획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동부는 이미 3월 10일 "사기, 손실 등 위험성을 가진 자산을 추가하는 것은 퇴직연금에 상당한 위험과 도전을 가져오는 행위"라며 "퇴직연금 투자 옵션에 암호화폐를 추가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피델리티는 "투자 옵션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은 연금 수탁자, 즉 고용주의 몫"이라면서 퇴직연금의 암호화폐 투자 지원 계획을 추진했다.
퇴직연금 업체 포어스올(ForUsAll)도 노동부의 입장 발표가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달 2일 포어스올은 노동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6월부터 퇴직연금의 최대 5%를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포어스올은 "지난 3월 노동부 경고에 고객 3분의 1이 암호화폐 투자 옵션을 보류했고 이는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혔다"며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부 지침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고 비난했다.
◇의회도 의견 갈려 '안전한 노후 보장' vs '공평한 투자 기회와 자유'
해당 사안에 대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의회가 401(k) 같은 퇴직연금에 어떤 자산을 포함시킬 수 있는지 규제할 수 있다"면서 "의회가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회에서도 퇴직연금을 활용한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노후 자금인 만큼 투자 옵션을 안전 자산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 기회와 투자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다.
엘리자베스 워런과 티나 스미스 상원의원은 5월 5일 아비가일 존슨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CEO에 서한을 보내 "암호화폐 투자는 위험성이 크고, 투기성이 강한 도박"이라며 "수백만 미국인의 퇴직연금을 이런 위험에 노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반대로 5월 7일 토미 투버빌 상원의원은 노동부가 자기주도형 퇴직연금의 투자 선택을 제한하는 규제나 지침을 내놓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금융자유법안'을 제출했다.
5월 20일 바이런 도널드 하원의원도 노동부가 401k를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인은 자신의 견해대로 401k 플랜을 조정할 수 있으며, 비트코인 등을 편입할 수 있다. 바이런 도널드는 "정부가 미국 국민 개인의 투자 범위를 제한·지시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신시아 루미스 미국 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은 이달 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이며 지금까지 만들어진 통화 중 가장 단단한 통화"라며 "은퇴 계획의 자산 다각화를 위해 비트코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