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우존스뉴스와이어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 0.4% 성장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2.4% 성장률에 비해 급격히 둔화된 수준이며, 2022년 이후 가장 느린 성장 속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수입 급증을 지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 관세 정책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해외 제품 구매를 서둘렀고, 그 결과 수입이 급증했다. GDP는 수입이 늘어나면 성장률이 깎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수치는 관세 조치가 실제 경제 지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하드 데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본격 시행된 2월 이후 미국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망은 이보다 더 부정적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운영하는 GDP나우(GDPNow) 모델에 따르면, 1분기 GDP는 오히려 연율 기준 2.5% 감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경제가 수축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 등 주요 지표는 비교적 견조했지만, 경기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 신뢰지수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음을 암시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개월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급증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소비 및 투자의 전반적인 둔화로 이어질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박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GDP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관세 부과나 교역국과의 긴장 심화 여부에 따라 미국 경제의 회복 경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은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