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로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동요를 겪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상무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은 또 하나의 실수 위에 또 다른 실수를 더한 것"이라며 "중국은 결코 협박에 굴복하지 않으며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일명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며 대규모 수입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이 보복 조치로 34%의 관세를 미국 수입품에 적용하자 다시 추가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주요 자산시장도 요동쳤다. 홍콩 증시는 하루 만에 13.2% 폭락하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장 대비 8% 가까이 급락한 뒤 다음 날 5.5% 반등하는 등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 역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며 S&P500 지수는 0.2% 하락 마감했다.
시장 불안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도 증시 방어에 나섰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산하 국영 투자사들은 자사 상장 계열사의 지분 매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투자공사(CIC) 계열 중앙후이진투자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기술주에 총 80억 위안(약 1조 6,96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중국전자기술그룹(CETG)도 자사주 매입 강화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온 미국 재계 인사들이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지난 이틀간 글로벌 상위 500대 부호가 잃은 자산 규모는 총 5,360억 달러(약 78조 3,36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트럼프 승리를 지지하며 취임식에 참석했던 억만장자들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유럽도 긴장 상태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제로-제로" 관세 협정 체결을 제안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일축하며 "EU는 우리에게 매우 불공정하게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를 포함해 유럽이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사게 만들 것"이라며 기존 무역적자를 빠르게 줄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변수라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백악관이 일시 유예설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부인하자 시장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트럼프는 오히려 추가 협상 여지마저 부정했다. 그는 "영구적 관세일 수도 있고, 동시에 협상도 가능하다"고 언급하면서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다양한 수입 패키지를 검토 중이며, 일본은 류세이 아카자와 일본 경제상이 무역협상 대표로 내정돼 미국 무역당국과 본격적인 협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무역전쟁의 심화는 암호화폐 시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거시경제 불안과 글로벌 자산 리밸런싱 속에서 비트코인(BTC) 같은 대체 자산에 대한 자금 유입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다만 당장의 공포와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