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트남에 대해 46%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동남아 주요국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관세 부과 대상 중 베트남은 물론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세율을 적용받아 동남아 전체가 ‘관세 집중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전 국가 상호관세 부과’ 정책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우회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통로로 동남아가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46%의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라오스(48%)와 캄보디아(49%)도 비슷한 상황이다. 태국은 36%로 집계됐고, 인도네시아는 32%, 말레이시아는 24% 관세가 부과됐다. 아프리카의 레소토(50%)나 마다가스카르(47%)를 제외하면, 초고율 관세가 사실상 동남아에 집중된 셈이다.
베트남은 지난 몇 년간 세계적 제조기업 유치를 통해 중국 대체 생산기지로 주목받아 왔다. 삼성전자, 애플, 인텔 등 세계적 브랜드가 앞다퉈 투자에 나섰고, 연간 GDP 성장률도 7%를 넘겼다. 하지만 이번 초고율 관세 부과로 수출 중심 모델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과의 수출입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1,23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베트남은 그간 미국산 상품을 사들이고 관세를 내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려 했지만 이번 조치를 막지는 못했다. 현지 증시는 이날 오전 한때 5.8% 넘게 급락했고, 오전 10시 기준 4.5% 하락 중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베트남 성장률 전망이 타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베트남 정부의 매력 공세에도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며, 올 성장률 8% 달성 목표도 뒤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 역시 36%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았다. 미국산 수입 확대와 자국 기업 구제를 위한 대응 조치에 나선 상태다. 태국 정부는 옥수수, 쇠고기, 원유 등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자율 인하 등으로 중소기업 구제책도 준비하고 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미국과 협상해 GDP 성장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최대 1.3%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인도네시아는 32%의 관세를 맞았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지난해 161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만큼,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지 언론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해방의 날이 아니라 고통의 날처럼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낮은 관세율이 적용된 점은 일부 안도감을 주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24% 세율이 적용됐다. 특히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의 반도체 협상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5위 반도체 수출국이자 미국에 가장 많은 반도체를 공급하는 국가다.
동남아 각국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 대미 수입 확대, 중소기업 지원, 자유무역협정 확대 등을 통해 이번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고율 관세로 지역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