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위한 입법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통과된 두 개의 법안이 통합돼, 올 8월 여름 휴회 전까지 최종 입법이 완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4월 3일 ‘스테이블코인 투명성과 책임법(STABLE 법안)’을 찬성 32표, 반대 17표로 통과시켰다. 공동 발의자인 프렌치 힐 의원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명확한 규칙을 마련하는 규제 프레임워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사용에 관한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고, 사용자에게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이에 앞서 상원은 3월 13일 ‘GENIUS 법안’을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발행자에게 1대1 준비금 유지, 자금세탁방지법 준수 등 광범위한 요건을 부과함으로써, 소비자 보호와 동시에 미국 달러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인 티머시 스콧 상원의원은 본회의에서의 표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내인 4월 말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양원 법안 모두 궁극적으로 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처리 방식이나 주정부 및 연방정부의 권한 배분 등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조율해 ‘STABLE GENIUS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단일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미국 블록체인협회의 정책 책임자인 론 해먼드는 “2~3개월 내 통합안 표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암호화폐 관련 정책 논의가 이뤄진 백악관 회의에서 관련 의원들의 입법 노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8월 내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파트너”라며,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그는 지난 4월 9일 은행업계 회의에서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대한 규제 장애요인을 집중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를 발판으로 스테이블코인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일가가 연루된 디파이 프로젝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과, 이들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1’이 해당 법안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이해충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은행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은행 예금 감소로 이어져 대출 여력 축소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1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는 미국 이외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법안이 외국 발행자에게도 미국 내 규제 준수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테더는 미국 기반의 기관 투자자를 위한 신규 코인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동시에 자금세탁 방지법, 준비금 감사 등 규제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대형 은행의 시장 참여 가능성도 커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자체 스테이블코인 출시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사업자 지형이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제 수단으로서 안정성을 목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지금까지 테더(USDT), USDC 등 달러 기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변동성을 최소화해 암호화폐 실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이번 입법화가 현실화되면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보다 명확한 제도 틀 안에서 새 판을 짜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