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암호화폐 범죄를 전담하던 '국가 암호화폐 집행팀'(NCET)을 해체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서명한 암호화폐 정책 개편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로, 즉시 효력이 발휘된다.
NCET의 해체는 법무부 부장관 토드 블랑치(Todd Blanche)가 작성한 4쪽 짜리 내부 메모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미국 포춘 보도에 따르면, 블랑치 부장관은 해당 메모에서 "법무부는 디지털 자산 규제기관이 아니다"라며 "이전 행정부는 법무부를 이용해 기소를 통한 무리한 규제를 전개했다"고 비판했다.
토드 블랑치는 현재 법무부 2인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 출신으로 뉴욕 '입막음 자금' 사건과 연방 기밀유출 사건 등 주요 재판에서 트럼프의 방어팀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가 강화해나가는 친암호화폐 기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NCET는 2021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공식 출범했다. 당시 법무부 리사 모나코 부장관은 "범죄 수익을 세탁하거나 은닉하는 플랫폼을 타깃으로 삼기 위해 창설됐다"며 금융 범죄 생태계를 해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NCET는 2022년 2월부터 본격 가동됐으며, 현재까지 공식 웹사이트도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이번 해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시행된 일련의 정책 전환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재선 이전부터 친암호화폐 공약을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비트코인(BTC) 비축 전략 제시, 암호화폐 회의 연설, 암호화폐 시장 선도 선언 등 공격적인 관련 행보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친암호화폐 입장을 지닌 인사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내정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이 연루된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 기반 디파이 프로토콜, '트럼프(Trump)' 밈코인, 크립토닷컴과의 ETF 출시 협력 등 트럼프 측이 주도한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내부자 거래 의혹과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됐다.
일례로 민주당 상원 소속 의원 5명은 WLFI의 스테이블코인인 USD1이 미 의회의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금융 당국의 면밀한 검토를 요청했다. 또 최근에는 맥신 워터스(Maxxine Waters) 미국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USD1을 활용해 미국 달러를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그간 법무부가 NCET를 통해 규제 강화에 나서왔던 기조가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민첩성과 의지가 더욱 뚜렷해짐에 따라, 향후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방향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