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직후 암호화폐 시장이 휘청이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비트코인(BTC)은 하루 만에 4.74% 하락하며 1BTC당 8만 3,110달러까지 밀렸고,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XRP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통 금융시장 역시 동반 약세를 보였으며, 특히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1,500엔 넘게 폭락해 2025년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문제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상호관세 조치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체결국을 제외한 전 세계 200여 개국을 대상으로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며, 국가별로 최대 34%의 추가 관세가 적용될 방침이다. 중국에는 기본세율에 34%의 추가세가 붙고, 유럽연합(EU)과 일본도 각각 20%, 24%의 고율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 내 주요 교역국 전체에 무차별적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으로, 전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시장 불안 심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고위험 자산군으로 간주되는 암호화폐 역시 매도 우위로 전환됐다. 투자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실물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산 ASIC 기기 수입에 크게 의존해온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투자사 투프라이브 디지털애셋의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블룸은 “중국산 채굴 장비가 관세 인상 대상이 되면 채굴 비용이 상승해 미국 채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주요 채굴 기업들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줄줄이 하락했다. 코어사이언티픽은 8.5% 떨어졌고, 마라톤디지털과 라이엇플랫폼도 각각 7%, 5.6% 하락 마감했다.
다만, 이번 관세 정책은 일정 부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형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의 기본 관세는 4월 5일부터, 국가별 고율 관세는 4월 9일부터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시차는 주요 교역 파트너들에게 협상의 여지를 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며, 일부 관세 폐지나 유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과도하게 하락한 암호화폐 가격이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향후 시장의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준비금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블룸은 “정부의 새로운 세입원인 관세 수입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예산에 부담을 주지 않는 형태로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외에도 암호화폐 전반으로 확산된 매도세는 주간 기준으로 ETH -9.36%(1,821달러), SOL -13.7%(120달러), XRP -12.1%(2.07달러) 하락을 나타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단기적 회복 탄력성보다는 중장기 구조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