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된 실물자산(RWA)의 시장 규모가 2030년대에 30조 달러(약 4경 3,800조 원)를 돌파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 내부에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24년 6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과 경영 자문사 신펄스(Synpulse)는 블록체인 기반 실물자산 토큰화가 2034년까지 30조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후 하반기에도 유사한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금융기관 중심의 RWA 수요 증가가 이 같은 성장의 동력으로 제시됐다.
이 같은 논의는 2025년 4월 파리 블록체인 위크에서도 이어졌다. 헤데라(Hedera)의 찰스 애드킨스(Charles Adkins), 런던증권거래소의 도툰 로미니이(Dotun Rominiyi), INX의 샤이 다티카(Shy Datika), 티아몬즈(Tiamonds)의 스티븐 가르트너(Steven Gaertner),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마이클 소넨샤인(Michael Sonnenshein)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패널 토론에서 RWA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소넨샤인은 30조 달러 전망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도 전통 자산 거래를 처리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이 다수 존재한다”며 “단지 토큰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30조 달러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토큰화 기술 자체에 대한 강한 신뢰는 유지했다. 디지털 자산 지갑이 단순한 암호화폐 투자를 넘어서 주식 등 실물 기반 자산 보유의 수단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며, 투자 관점에서 RWA가 개인 투자자 중심 시장에도 침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소넨샤인은 특히 부동산의 RWA 적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정부 주도 하에 부동산 토큰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개발사 다막(Damac)이 블록체인 플랫폼 만트라(Mantra)와 협력해 약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규모의 실물 부동산을 토큰화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소넨샤인은 “부동산은 RWA가 집중해야 하는 핵심 자산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로 중개인이나 에스크로 절차를 줄이는 효율성 제고는 가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 시장에서 더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당분간 부동산보다 채권, 펀드, 주식 등의 금융자산이 RWA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금융기관과 기술기업, 규제당국의 활발한 실험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자본시장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