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공동 출자한 투자기관 '유럽투자은행(EIB)'이 채권 발행 및 판매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 최대 정책 금융기관을 선두로 지역 채권 시장 전반이 블록체인 채택 흐름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1년 4월 13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유럽투자은행이 골드만삭스, 산탄데르 은행, 소시에테제럴 등과 함께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청산되는 '디지털 채권'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첫 디지털 채권 발행을 위한 투자자 회의는 4월 15일 시작돼 몇 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IB는 1958년 유럽 국가 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 및 원조 목적으로 설립된 유럽경제공동체(ECC) 산하 기관이다.
EU 및 전 세계의 혁신 기업을 상대로 연구 및 개발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일찍이 녹색 채권, 지속가능 채권, ESTR(유로단기금리) 채권 등을 발행하며 유럽 채권 자본 시장 내 혁신을 선도해왔다.
블록체인 기반 채권은 투명성과 실시간 추적성을 제공하며 거래 효율성, 운영 간소화, 시장 접근성 개선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세계은행, JP모건체이스, HSBC, 캐나다 국립은행, 중국은행(Bank of China) 등 전 세계 많은 은행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채권 발행을 시도했다.
덴마크 적십자는 300만 달러(33억 8490만 원) 규모의 블록체인 기반 화산 재해 채권을 출시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채권 발행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하고 500억 바트(약 1조 8910억원) 상당의 채권을 판매했다. 한국은행도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한 국채 거래를 실험하기 위해 블록체인 채권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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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채권 실험에서 블록체인 기술 효과가 확인됐지만 아직 시장 주류 사용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유럽 내 금융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의 디지털화를 검토 중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5년 내 디지털 유로 발행을 전망했다.
독일 정부는 2020년 말 전자증권 발행을 합법화해 디지털 채권 발행을 위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EIB의 블록체인 실험이 채권 시장을 개선하고 관련 위험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유럽 채권 시장 전반의 디지털화도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