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리플은 기업이 없어지더라도 XRP 거래는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3월 7일(이하 현지시간) 다큐멘터리 뉴스 프로그램 'Axios on HBO'에 출현해 XRP가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나타내는 증권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SEC와의 소송에서 패소해 기업이 존폐 위기에 놓이더라도 암호화폐 XRP 거래는 지속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패소하면 美 떠난다…암호화폐 산업 전체 손해"
갈링하우스는 SEC 소송이 리플 뿐 아니라 미국 암호화폐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갈링하우스 CEO는 "영국, 일본, 스위스, 싱가포르 등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XRP가 증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XRP를 증권이라고 주장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한 규제 환경이 기업가적 활동을 미국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며 "미국이 블록체인 같은 차세대 기술에서 리더십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플이 소송에서 유리하다고 자신하면서도 패소할 경우 규제 명확성과 확실성을 갖춘 나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갈링하우스 CEO는 "새로운 암호화폐 회사를 설립한다면 미국이 아닌 해외 지역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SEC 소송에 美 시장만 제약
갈링하우스는 3월 5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리플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SEC 소송으로 미국 암호화폐 업계는 XRP 지원을 꺼리고 있지만 리플을 통한 기술 혁신은 해외에서 얼마든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소송 제기 이후에도 15개 은행과 협약을 체결했으며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거래소에서 여전히 XRP를 지원 중이라고 덧붙였다.
갈링하우스는 "SEC 소송은 미국 내 활동을 방해하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사업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명확한 규제를 갖춘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대형 거래소 코인베이스, 크라켄, 그레이스케일 등이 XRP 지원을 중단했다. 제스 파월 크라켄 CEO는 3월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거래소가 XRP 거래를 지원하는 것은 규제 측면에서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SEC가 선의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다고 가정해야 한다. 법원은 궁극적으로 기관 편향적"이라면서 SEC가 승소하면 XRP 지원에 대한 거래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쉬쉬 비를라(Asheesh Birla) 리플넷 총괄도 3월 9일 트위터에서 "리플넷은 매주 평균 2곳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규제가 명확해지면 전 세계에 리플넷이 배치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큰포스트 주요 기사를 뉴스레터를 통해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리플-SEC 공방 심화…"합의 어렵다"
SEC는 2020년 12월 22일 리플사, 리플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등록 증권 XRP 13억 달러 상당을 판매해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리플은 기소 내용에 반박하고 규제 당국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SEC는 2021년 2월 19일 경영진이 증권법 위반 활동에 가담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며 리플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리플은 3월 5일 수정 소장에 대한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리플 측은 "전 세계 200여 개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으며 매월 수십억 달러 규모의 XRP가 거래되고 있다. 다수 마켓메이커는 매일 XRP 트랜잭션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리플사에서 자체 개발하지 않은 타사 제품들도 XRP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전, 앞으로의 전망은?
업계는 SEC와의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없으며 합의가 최선의 결말이라고 보고 있다. 비슷한 법정 공방을 벌였던 텔레그램, 킥(KIK)은 모두 거액의 합의금을 내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로펌 앤더슨 킬(Anderson Kill)의 파트너 스티븐 팰리(Stephen Palley)는 트위터를 통해 "SEC와의 소송에서 승소한다는 시나리오는 망상"이라면서 "XRP가 살아남으려면 SEC와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전문 변호사 스테픈 팰리(Stephen Palley)도 리플 패소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XRP는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든지 결국 중앙화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면서 "리플은 XRP를 발행·통제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효용성과 막대한 현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플은 새 정부와 SEC 조직 변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리플 소송을 주도한 마크 버거(Marc Berger) SEC 집행국장 대행과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전 SEC 위원장는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차기 SEC 위원장으로 암호화폐·블록체인에 정통한 게리 겐슬러(Gary Gensler)가 지명된 상태다.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 미국 통화감독청(OCC) 전 청장 대행은 "SEC와의 합의를 통해 미국 내 XRP 거래가 합법적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2021년 3월 9일 기준 시총 7위 암호화폐 XRP는 전날 대비 3.2% 오른 0.481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