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6위 암호화폐 XRP의 증권 여부를 두고 소송에 들어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이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2월 15일(이하 현지시간) SEC와 리플은 아날리사 토레스(Analisa Torres) 뉴욕 남부지법 연방판사에 "현재로서 합의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제출했다.
양측은 "변호인단이 만나 해결안을 논의했지만 현재는 합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면서 "향후 리플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즉시 법원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美 새 정부, 리플 소송 분위기 뒤집을까
SEC는 2020년 12월 22일 리플사, 리플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공동 창업자 크리스 라센(Chris Larsen)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3억 달러 상당의 미등록 증권 XRP를 판매해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소송이 제기된 직후 XRP 가격은 급락했고 업계는 규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잇달아 XRP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리플의 2020년 4분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33개 플랫폼이 XRP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궁지에 몰린 리플은 올해 1월 새로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에 더 관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플 측은 "(공동 서한) 진술에 동의하지만 이번 합의 논의는 주로 트럼프 정부 당시 재임했던 부서장들과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권 교체와 함께 리플 소송을 주도한 마크 버거(Marc Berger) SEC 집행국장 대행은 사임했다. 제이 클레이튼 전 SEC 위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바이든 정부는 차기 SEC 위원장으로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명했다. 암호화폐·블록체인에 정통한 인물이지만 "XRP를 증권으로 간주할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어 리플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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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합의가 유일한 해결책"
업계는 SEC와의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비슷한 법정 공방을 벌였던 텔레그램, 킥(KIK)은 모두 거액의 합의금을 내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텔레그램은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하고 투자금을 모두 환불했다.
로펌 앤더슨 킬(Anderson Kill)의 파트너 스티븐 팰리(Stephen Palley)는 트위터를 통해 "SEC와의 소송에서 승소한다는 시나리오는 망상"이라면서 "XRP가 살아남으려면 SEC와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 미국 통화감독청(OCC) 전 청장 대행은 SEC와의 합의를 통해 미국 내 XRP 거래가 합법적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월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도 SEC와 합의를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XRP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혁신, 소비자 보호, 질서 있는 시장 보존을 위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리플은 각 기소 내용을 반박하는 첫 공식 답변서를 제출하고 SEC에 이더리움 미증권 분류 근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리플과 SEC 간의 소송은 증거개시(discovery·상대 측에 대한 소송 전 증거 조사) 완료 시점인 8월 16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재판 전 협의는 2월 22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