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온라인 안전법 시행 박차… 플랫폼 규제 강화 나선다

영국의 인터넷 안전 규제 기관인 오프컴(Ofcom)이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 OSA)’을 본격 시행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여성과 소녀들을 온라인 괴롭힘과 성적 이미지 남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으며, 특히 AI를 이용한 딥페이크 포르노 제작 및 유포 등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OSA는 2023년 9월 영국 의회를 통과한 뒤, 플랫폼 기업들이 불법 콘텐츠 확산을 방지하는 의무를 강화하도록 요구해왔다. 특정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은 글로벌 연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러나 법안 시행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으며, 아동 보호 단체들은 규제 당국의 실행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오프컴 지침 초안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디자인 단계부터 안전성’을 고려하도록 촉구했다. 예를 들어, 위치 정보 설정을 기본적으로 비활성화하거나, 계정 보안 강화 조치를 취하고, 사용자들이 유해 콘텐츠를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AI 기반 이미지 생성 서비스로 인해 딥페이크 성적 이미지 남용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오프컴은 특히 ‘해시 매칭(Hash Matching)’ 기술을 활용해 불법 이미지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불법 성적 이미지가 한 번 업로드되면 자동으로 탐지·차단되는 기술로, 이미 일부 기술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지침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2025년 5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연말까지 최종 지침이 확정된다. 다만 해당 규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려면 최소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오프컴은 2027년쯤 첫 번째 이행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미리 대응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인 신뢰·안전 부서를 축소하는 추세 속에서, 이번 지침이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X(구 트위터)가 최근 콘텐츠 모니터링 인력을 감축하고, 메타(Meta)가 제3자 팩트체킹 계약을 종료하는 등 온라인 안전 규제에 대한 업계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프컴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실행 내역을 공개 보고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말부터 플랫폼의 안전 조치 이행 현황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해, 이용자들이 해당 플랫폼에서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투명하게 알릴 계획이다. 이는 명확한 규제 적용뿐 아니라, 공익 차원의 '이름과 수치(Name and Shame)' 전략을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OSA 시행이 본격화될 2025년 이후, 플랫폼 기업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안전 조치를 도입할지에 따라 온라인 환경의 변화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