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전 세계 수출국들을 겨눈 초강력 관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특히 일부 국가에 최대 54%에 달하는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의 주요 무역국 및 동맹국들은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에서의 수입품에 대해 46%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회피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생산지를 이전하던 의류, 가구, 장난감 업체들에 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와 아메리칸이글 같은 미국 브랜드의 생산 라인이 집중된 베트남은 2024년 기준 미국에 약 1366억 달러(약 199조 5,600억 원) 규모의 상품을 수출한 바 있다. 베트남 증시는 발표 직후 7% 가까이 폭락했다.
호주의 경우, 미국이 10% 관세를 전격 부과하면서 호주 총리 앤서니 얼버니지(Anthony Albanese)는 “우방국이라 믿기 어려운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은 호주산 소고기 수입의 최대 시장이며, 2024년에는 약 25억 2천만 달러(약 3조 6,790억 원) 규모의 소고기를 수입했다. 업계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의 원재료 다변화가 어려운 만큼 단기간의 수요 감소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입처가 줄어들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했다.
유럽연합(EU) 전체에 대해선 20%의 일괄관세가 부과되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각국 정부는 즉각적인 보복 관세 또는 WTO 제소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 피타치즈, 독일 스포츠웨어, 이탈리아 식음료 브랜드 등 다양한 소비재 업종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전 세계 경제에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며 “질서 없는 일방적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는 개발도상국들이다. 아프리카 내 최빈국인 레소토는 50%, 캄보디아는 49%, 마다가스카르는 47%의 관세가 부과됐다. 니콜라스 크리스천 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관세로 저임금 제조업에 의존하던 개발도상국의 대미 수출 기반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누적 기준으로 무려 54%에 달하게 됐다. 중국 상무부는 즉각적으로 “명백한 무역 규범 위반이자 일방적인 보복”이라며 대응 조치를 천명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유입되는 차량 부품, 의약품, 전자제품 부문 제조사는 미국 소비자가 관세 부담을 전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시작된 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는 사실상 전 방위적 글로벌 무역전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물론,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금융시장의 눈은 연일 트럼프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