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관세 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해방의 날’로 명명된 이번 발표 이후 미국 달러 가치는 최근 6개월 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지수는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달러 신뢰 붕괴 위험”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 20%에 더해 34%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며 유럽연합과 일본산 제품에도 각각 20%, 24%의 신규 관세가 적용된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달러 인덱스는 급격한 하락세를 타고 있으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져 금과 엔화 등 전통적인 대안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도이체방크 외환 리서치 총괄 조지 사라벨로스는 “달러가 가진 안전자산 성격이 훼손됐으며, 달러 보유에 따른 비헤지 비용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광범위한 신뢰 약화로 인해 글로벌 자금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미국 자산에 대한 구조적 투자 축소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실효관세율이 25%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을 촉발한 스무트-홀리 관세법 수준을 넘어서는 수치다. 유럽 자산운용사 사프라사라신의 국제경제 담당 라파엘 올시즈나-마르지스는 “이번 조치는 미국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 악재를 초래할 것”이라며, “글로벌 성장 역시 동반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시장 불안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이번 관세는 세계 경제에 ‘중대한 타격’이며 글로벌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녀는 미국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보복 관세 시행을 공식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제 리스크는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새 관세는 유감스러운 조치이며, 일본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으며, 중국은 즉각 관세 철회를 요구하며 무역분쟁 회피를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한국 정부 또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교역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우 미국산 관세 타격에서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T.로우프라이스의 유럽수석이코노미스트 토마시 비엘라덱은 “영국이 미국과 달리 관세 회피 경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고, 최근 재정 정책도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는 다우지수 기준 1,000포인트 급락이 예고되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 주요 지수 또한 2~3%대의 하락세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개월 간 더욱 확대될 무역 긴장과 글로벌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는 단순한 외교・무역전략 이상의 정치적 선언으로 해석된다. 미국 경제의 자립성을 내세우면서 전 세계와의 분업 관계를 재편하려는 시도지만, 그 대가는 세계 금융질서 전반의 불안정성이라는 부작용으로 되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