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수입세 개편을 단행하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4월 2일, 그가 '해방의 날'이라고 명명한 이날 발표된 새로운 관세 정책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초대형 세금 폭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보편적 관세'로, 모든 수입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10%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현재 평균 수입 관세율이 약 2.5%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조치는 단일 항목만으로도 관세 총액을 5배가량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두 번째는 '상호주의 관세'로, 타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는 무역장벽의 강도에 비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상호주의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한 14가지 비금전적 장벽, 예컨대 기술표준, 현지시장 접근성, 검사 규제 등도 계산에 포함해 책정됐다. 이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의 평균 관세율은 기존 3%에서 34%로 11배 이상 치솟고, 일본산 제품은 1.6%에서 24%, 유럽산 제품은 2%대에서 20%로 급등할 예정이다.
이들 세금은 각각 4월 5일과 4월 9일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관세를 단행할 수 있는 행정권한을 통해 이번 조치를 밀어붙였다. 특히 일부 품목에는 중복 관세가 적용되면서, 기업들은 물류·회계 등 전체 운영 체계 전반에 걸쳐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약 3조 3,000억 달러(약 4,818조 원)어치의 수입을 기록했으며, 평균 2.5% 관세율로 약 830억 달러(약 121조 원) 규모의 세수가 발생했다. 그러나 베어링스 및 에버코어 등 투자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관세 체계는 수입세를 29%까지 끌어올려 총 부담금이 약 9,600억 달러(약 1,401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실질적인 세금 인상액은 8,800억 달러(약 1,284조 8,000억 원)에 달한다.
국제무역 전문가 이누 마낙(Inu Manak)은 이러한 조치가 1940년대 이래 가장 큰 미국 내 세금 인상이라고 평가하며 "결과는 단 하나, 물가 인상"이라고 밝혔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국내 유사 제품 제조사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어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제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산업 기반 재건이 수년에 걸친 시차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단기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보복관세, 수출 타격, 비용 전가 등 외부 변수들이 더 빨리 반응해 전체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이치방크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렛 라이언(Brett Ryan)은 "이 관세는 미국 경제를 단기간 내 둔화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침체(recession)로 몰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 정부의 대응, 기업별 면제 여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유연성 여부에 따라 관세 정책의 파급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번 조치가 미국 소비자와 기업, 나아가 글로벌 교역 흐름에 미칠 영향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데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