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즉각 직위를 상실한 윤 전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을 잃으면서 공천 개입·여론조사 조작 등 각종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4일 오전 11시 22분경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낭독했다. 파면은 즉시 효력을 발휘하며, 이 시점을 기해 윤 대통령은 직위를 상실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이후 111일 만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열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인용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은 없었으며, 일부 재판관들이 쟁점별로 별도의 의견만을 추가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계엄이 이미 해제돼 보호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형배 권한대행은 "이 사건 계엄이 해제되었더라도 계엄으로 인해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날 파면되면서 재직 중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공천 개입 등 다양한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명씨의 요청에 따라 국민의힘에 특정 후보를 공천하도록 요구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명씨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총 81차례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했으며, 3억7천520만원에 달하는 비용은 모두 연구소가 부담했고 일부 조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만약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러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등의 공천을 도왔다면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공천 과정에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김 전 의원과 명씨를 기소했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직접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안인,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오세훈 서울시장 측을 위해 비공표 여론조사를 하고 사업가 김한정 씨가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에 집중했다.
하지만 공천 개입 의혹이 구체화된 상황에서 더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수사 제약이 없어진 만큼,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명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상현이(윤상현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라고 말했다. 김 여사 역시 같은 날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하여튼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김 전 의원을) 그냥 밀으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검찰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민감한 수사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2·3 비상계엄 관련 직권남용 혐의 추가 기소도 예상된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소추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올해 1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했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한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혐의 공범들은 군인·경찰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고 국회의원 등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로 이미 기소된 상태다.
서울고검이 검토 중인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수사선상에도 올라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를 도왔다는 혐의(직권남용·범인도피)로 공수처에 고발돼 있다. 공수처는 계엄 사건 수사 종료 후 해병대 사건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 전 경호처 부장단과 오찬 자리에서 "총을 쏠 수는 없느냐"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