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와 예멘 후티 반군 관련 지갑 주소 8개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는 후티 세력 활동 자금으로 이어진 암호화폐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당 지갑들을 통해 약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규모의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
이번 조치는 블록체인 포렌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와 TRM 랩스(TRM Labs)가 수행한 분석 결과에 따라 취해졌다. 제재 대상 중 2개 지갑은 주요 암호화폐 플랫폼에 등록된 입금 주소이며, 나머지 6개는 개인이 직접 통제하는 지갑으로 확인됐다. 미국 측은 이들 지갑이 제재된 단체로부터 자금을 전달받아 주로 예멘과 홍해 지역의 후티 작전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분야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이자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자문위원인 슬라바 뎀추크(Slava Demchuk)는 “후티 세력과 연결된 지갑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암호화폐가 지정학적 분쟁과 테러 자금 조달에 활용되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인식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규제 체계의 신속한 정비가 필요하며, 특히 탈중앙화 플랫폼에 대한 감시 강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OFAC는 앞서 후티 조직을 테러 단체로 공식 지정한 바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가 미국 민간인과 중동 지역 주요 동맹국의 안전, 그리고 국제 해운 질서를 위협한다며 이 단체를 ‘외국 테러 단체(FTO)’로 재지정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후 후티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번 제재의 또 다른 핵심 대상은 러시아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다. 해당 거래소는 지난 3월 조세 회피 및 자금세탁 등에 연루돼 플랫폼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는 가란텍스 내 2,700만 달러(약 394억 원) 상당의 테더(USDT)를 동결한 바 있다. 이후 거래소는 '그리넥스(Grinex)'라는 이름으로 재출범을 시도했으나, 인도 중앙수사국은 리투아니아 국적의 가란텍스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알렉세이 베슈치오코프(Aleksej Bešciokov)를 미국 요청에 따라 체포했다. 그는 무허가 송금 사업 운영, 자금세탁, 국제 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 조치가 암호화폐의 투명성 확대와 국제 안보 차원에서의 규제 재편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암호화폐 기술이 국가안보 프레임에 본격 편입되면서, 향후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이 형성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