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발 관세 조치에 대해 영국 전역의 수출 기업들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스카치위스키, 자동차 부품, 정밀 밸브 등에 적용된 이번 조치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조업체에 직격타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영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세계적인 무역 환경 악화 속에서 영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수익 악화가 가중될 전망이다.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섬의 킬코먼 증류소(Kilchoman Distillery)를 운영하는 앤서니 윌스(Anthony Wills)는 미국 시장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며 "업계 전체에 커다란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미국이 싱글몰트 위스키에 25% 관세를 부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수입업체와 비용 부담을 나눠 소비자 가격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업계는 18개월 동안 약 6억 파운드(약 1조 269억 원)의 수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웨일스 뉴포트에 위치한 정밀 밸브 제조업체 '토모에 밸브(Tomoe Valve)'의 재무 책임자 데니스 콜(Denise Cole) 역시 관세 효과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우리 제품을 대체할 만한 기술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영국 정부가 최근 고용주 국민보험 부과를 인상한 것이 오히려 더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상으로만 약 3만 5,000파운드(약 6,51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며, 신규 채용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영국 자동차 산업의 경우, 더 큰 구조적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서튼 콜드필드에 위치한 바클리 플라스틱스(Barkley Plastics)는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토요타, 미니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표 매트 하우드(Matt Harwood)는 "신차 수출의 17%가 미국으로 향하는 만큼, 이번 25% 수입세는 제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반도체 공급 부족과 물류 혼란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소규모 협력업체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아일랜드의 시계 브랜드 노매딕(Nomadic)은 미국 시장 점유율이 22%에 달한다. 창업자 피터 맥컬리(Peter McAuley)는 "이번 관세는 예상보다 낮았지만, 향후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미국 사업 확장보다 지역 내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여름 즈음 벨파스트 지역에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인 성장 전략 전환을 예고했다.
영국 전역의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통상정책을 ‘국내 제조업 보호 논리’로 받아들이면서도, 관세 도입에 따른 사업 계획 수정과 인력 운용 차질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관세가 단기적 변수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정부의 산업 정책 및 대미 통상 전략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