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예정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암호화폐 산업을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산업이 근본적으로 불법성을 토대로 발전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대통령 취임일인 이달 20일 사임하는 겐슬러 위원장은 임기 동안 '암호화폐는 대부분 증권'이라는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집행을 통한 규제'로 암호화폐 업계와 큰 마찰을 빚어왔다.
인터뷰 진행자는 SEC 위원장이 '서부 개척 시대'에 비유했던 암호화폐 산업이 퇴임을 앞둔 현재 개선됐는지 질문했다.
겐슬러는 "암호화폐 산업은 펀더멘털보다 시장 심리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존재하는 1만~1만5000개 프로젝트 중 다수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벤처 투자만큼 위험성이 크고, 단순히 '펌프 앤 덤프' 사기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자인 제이 클레이튼 전 위원장 당시부터 SEC가 새로운 금융 부문인 암호화폐 시장을 다루려고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시장은 전체 금융시장의 1%에 불과하지만, 클레이튼 위원장 임기 당시에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80건의 집행 조치가 있었고, 자신이 이끈 4년 동안에는 약 100건의 집행 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위원장이 의도한 대로 대형 집행 조치가 산업 행태 개선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암호화폐 산업은 근본적으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분야"라고 비판하며, "SEC가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중개업자에 대한 규제 등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SEC 통계에 따르면 일반 대중의 7~9%만이 암호화폐 분야에 투자하고 있지만, 규제 당국은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 관련해 투자 대중이 공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MIT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를 강의할 당시와 관련 입장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그런 것을 바로 '진화(evolution)'라고 한다"고 말했다.
겐슬러는 "학계에 있을 때나 위원장직을 맡기 전에는 자산을 관찰하는 입장이었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투자수단의 가치제안을 가르치려고 노력했지만, SEC 위원장이 됐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SEC는 약 500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법 집행 기관인 만큼 전임자인 제이 클레이튼이 수행했던 약 80건의 집행 조치를 이어받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암호화폐 분야는 증권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례와 문제들이 만연하다"면서 "공직자는 투자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기후 문제와 관련해서도 'SEC가 증권 규제기관의 역할을 넘어선 의제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말에 대해서는 "SEC는 증권 규제기관으로서 증권법을 사용하며,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임기 중 상당한 공격과 비난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공론의 장에서 정책을 논의할 때 비난받을 각오가 필요하다'는 힐러리 클린턴의 발언을 인용하며 "무대 중간에 서서 3억3000만 국민과 주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공공 정책의 일부이며 위대한 민주주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증권 당국은 미국의 일반 대중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일부 산업의 경우 일반 대중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SEC의 규칙 변경이 불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겐슬러 위원장은 "미국이라는 큰 국가에서 모든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120조 달러 규모의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33대 SEC 위원장을 맡은 것은 정말 큰 특권이었다"고 말했다.
SEC 위원장으로서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시장을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수행한 작업들이며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SEC가 도입한 규칙은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사기와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특히 암호화폐 분야에서 집행한 조치들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