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SEC의 코인베이스 소송 일시 중단..."법적 근거 다퉈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을 일시 중단시키며 당국과의 법적 공방에서 첫 승기를 잡았다.

코인베이스의 최고법률책임자(CLO) 폴 그레왈은 7일(현지시간) X(트위터)를 통해 뉴욕남부지방법원의 캐서린 파일라 판사가 중간항소를 위한 코인베이스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중간항소는 소송이 끝나기 전에 특정 쟁점에 대해 상위 법원(항소 법원)에서 판단을 받는 절차다.

파일라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미국 전역의 법원들이 암호화폐 합법성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코인베이스의 주장을 인정하고, 제2순회항소법원에 중간항소를 제기하기 위해 제출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진행 중이던 SEC와의 소송은 잠시 중단된다.

폴 그레왈 CLO는 "SEC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파일라 판사는 중간항소를 추진하기 위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학 지방법원 소송을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정식 등록 없이 거래소와 브로커-딜러를 운영했고 스테이킹 서비스를 통해 미등록 증권을 불법 판매했다는 SEC의 주장에 대해 코인베이스는 제2순회법원에서 심리를 통해 정식으로 반박할 기회를 갖게 된다.

파일라 판사는 오늘 판결에서 증권법의 암호화폐 적용은 '제1인상 문제(issue of first impression)', 즉 법원이 처음으로 판단해야 할 새로운 문제로 판단했다.

판사는 SEC와 법원이 자산의 증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하위 테스트'를 암호화폐 자산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상충되는 판례들이 존재한다면서 "암호화폐의 합법성이 새롭고 복잡한 법적 문제인 만큼, 각 법원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는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1946년 대법원 판례에서 확립된 하위 테스트에 따르면 자산이 증권의 한 형태인 '투자계약'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돈을 투자하고, 공동 사업(회사 등)에 참여하며, 본인의 노력 없이 투자 수익을 기대한다는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파일라 판사는 해당 조건에 완전히 부합하는 주식과 달리 암호화폐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라면서 이를 제2순회 항소법원으로 이관했다.

미국의 13개 연방 항소법원 중 하나인 제2순회항소법원이 이제 SEC의 코인베이스 소송을 중간항소 사건으로 심리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심리를 받아들일 경우, 제2순회항소법원은 사건을 다시 파일라 판사의 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내 계속 진행하도록 하거나 사건 자체의 법적 근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소송 자체를 기각하는 두 가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번 결정은 판사가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항소를 허용하는 것이 사건을 기각할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파일라 판사는 "이번 중간항소 허가 결정으로 코인베이스에 대한 SEC의 소송이 대부분이 기각될 수 있음"을 적시했다.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가 대부분 증권이며 증권법상 불법일 수 있다고 주장해온 SEC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 법률과 규제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폭스비즈니스의 엘리노어 테렛 기자는 "법원이 SEC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중간항소 요청을 받아들였다"면서 "코인베이스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법적 승리"라고 평했다.

암호화폐 로비 단체인 디파이에듀케이션펀드(DeFi Education Fund)의 법률 책임자 아만다 투미넬리는 "오늘 SEC 대 코인베이스 소송 판결은 디지털 자산 법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순회법원이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SEC의 권한 범위를 다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면서 "제2순회 항소법원이 코인베이스의 항소를 받아들인다면 업계가 원하는 법적 명확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센시스의 수석법률고문 빌 휴즈는 이번 판결이 미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비슷한 암호화폐 소송에도 신속히 적용돼야 한다면서 "문제가 결과를 좌우하는 SEC의 모든 소송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