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당국이 수년만에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을 개방한 직후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갑작스런 경고에 금융사들은 급히 ETF 매매 차단에 나섰고 시장을 기다린 투자자들은 뒷북 규제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ETF 승인이 이뤄진 지난 1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며 정부입장과 정책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투자 광풍이 불었던 2017년 12월 긴급대책 기조에서 머물러 있는 정부입장과 시장이 열린 직후 접근을 막는 때늦은 제한 조치에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을 기다려온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은 작년 6월부터 제기됐다. ETF 전문가들은 그해 10월부터 현물 ETF 승인 확률을 90% 이상으로 봤다. SEC와 ETF 발행사들은 지속적인 접촉과 서류 작업을 통해 구체적인 심사가 진행 중임을 나타냈다. 이처럼 ETF 현물 가능성이 논의된 오랜 기간 동안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별다른 지침 없이 침묵했다.
현물 ETF에 대한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경고성 입장에 금융사들은 ETF 거래 차단 작업을 서둘렀고, 이는 성급하고 일관성 없는 행보로 이어지며 투자자들을 당황시켰다.
미래에셋, 삼성, 신한투자증권 등은 몇 년 동안 지원했던 미국 외 지역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중단했다. 비트코인 현물뿐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 ETF까지 잠정 중단하는 움직임도 나왔다.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금지에 대한 논란이 일자 14일 다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 및 중개에 대한 당국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지난 11일 입장에 대해 금융위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금융시장 안정성, 금융회사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향후 필요시 당국의 입장을 일관되고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하도록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와 관련해서는 "현행처럼 거래되며 현재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12일 비트코인 현물 ETF 금지 기조가 기존 선물 ETF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KB증권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에 대해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전까지 가상자산 선물 ETF의 신규 매수를 제한한다"는 공지를 게재했다가 금융위 입장 발표 이후 해당 공지를 삭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15일 비트코인 선물 ETF 운용 자산이 1년새 4배 이상 커졌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트코인 선물 상품 거래가 정상 지원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신생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은 지난 11일부터 이틀 동안 종합 14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등 빠르게 시장을 조성하고 있다. 해당 기간 50만건의 개별 거래를 통해 36억 달러의 거래량(GBTC 포함 시 1억2000만 달러)과 평균 20bp의 프리미엄이 발생하며 인상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