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트론'이 테러 자금조달 채널로 이용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테러 자금조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담당하는 이스라엘 국가대테러금융국(NBCTF)은 2021년 7월부터 2023년 10월 사이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거나 '중대 테러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론 월렛 143개를 동결했다.
로이터는 "암호화폐 네트워크 트론이 하마스,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의 자금조달에 맞서는 이스라엘의 전선에 새롭게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트론 월렛에 대한 압류 건은 증가하고 비트코인 월렛 압류 건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최근까지도 비트코인에 비해 적은 조명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업체 메사리에 따르면 트론은 지난 4~6월 일평균 거래가 전년 동기 대비 70% 많은 910만건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 범죄 전문가 및 블록체인 조사 전문가들은 사법 당국의 비트코인 거래 추적 역량이 강화되면서 테러 조직들이 트론을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사법 당국과 협력 중인 뉴욕 블록체인 분석업체 머클사이언스 CEO 므리간카 패트나이크는 "비트코인을 선호하던 테러 조직들이 점점 더 트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테더가 트랜잭션 처리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방지국장을 지낸 슬로밋 와그먼 하버드 대학 선임연구원은 "초기 트론이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의 관심을 덜 받았었다"면서 "지금까지도 사각지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무장 단체는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대신 가치가 보장되는 트론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더는 890억 달러의 시총 3위 암호화폐이며, 이중 트론 기반 규모는 478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과 지상 침공으로 반격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의 자금조달에 대한 추적도 강화하고 있다.
당국이 제재를 가한 트론 월렛의 60% 이상(87개)이 올해 압류됐다. 6월에 헤즈볼라 관련 39개, 7월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관련 26개가 동결됐다.
지난 3월 가자지구에 위치한 환전업체 두바이 포 익스체인지(Dubai Co. For Exchange)와 연결된 46개 월렛을 포함해 이스라엘 국가대테러금융국이 하마스와 관련돼 있다고 밝힌 트론 월렛 56개 등이 대상이 됐다.
하마스 지원 의혹을 받는 이란 역시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트론을 사용한 바 있다고 알려졌다. 이란 기업들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트론을 통해 움직인 자금은 8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이 하마스 등 무장 단체가 암호화폐를 통해 테러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도하면서 암호화폐의 불법 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마스는 2019년부터 비트코인 모금을 진행하다가 지난 4월 제재가 강화됐다면서 이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로이터는 "테러 단체에 전달된 암호화폐 금액 추정치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압류 월렛에 보내진 자금이 실제 해당 단체에 전달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스라엘 당국 압수수색으로 자금이 동결된 이용자 10여명에 접촉한 결과, 트론을 통해 사업 및 개인적인 자금을 거래했을뿐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고도 덧붙였다.
관련해 헤이워드 웡 트론 대변인은 "이론 상 모든 기술은 의심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면서 미국 달러가 자금 세탁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아울러 "트론은 자체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않으며 이스라엘이 지정한 테러 조직과도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