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테러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암호화폐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 정부의 압수 명령과 블록체인 분석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테러 공격 전까지 하마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3개 무장 단체가 암호화폐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와 PIJ는 이스라엘 정부 감시 하에서도 무기와 장비들을 모아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 이후 최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급습, 민간인 900여명을 살해하고 최소 100여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 공격을 벌여 최소 700명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를 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세 무장단체에 대한 해외 자금 접근을 철저히 차단시켜왔다. 세 단체 모두 미 정부가 지정한 해외 테러단체로 재무부 제재를 받고 있어 국제은행 시스템 접근이 불가하며 이들 단체와 거래한 사실이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처럼 전통 금융 시스템이 막힌 상황에서 해당 무장 세력들은 자금조달 및 이동 대안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엘립틱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와 관련돼 있다고 지목한 암호화폐 월렛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2년 동안 9300만 달러(약 1247억원)의 암호화폐를 받았다.
텔아비브 소재 암호화폐 분석 및 소프트웨어 기업 '비트오케이(BitOK)'는 비슷한 기간 하마스 연계 월렛에는 4100만 달러(약 550억원)의 암호화폐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국방부 역할을 하는 육군 부대 알-카삼 여단은 2019년부터 공개적으로 암호화폐 자금 조달을 시도하다가 올해 4월 "암호화폐를 통해 저항을 지지하는 이들에 대한 적대적인 작업이 강화됐다"면서 암호화폐 모금을 중단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TRM랩스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인 전 재무부 관계자 아리 레드보드는 하마스가 테러 금융 부문에서 가장 전문적인 암호화폐 이용자라면서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실제 월렛 주소를 은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엘립틱 분석에 따르면 무장단체는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뿐 아니라 조직 내 자금 이동에도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PIJ는 2021년부터 헤즈볼라에 1200만 달러가 넘는 암호화폐를 전달했다.
한편, 정부 당국들은 테러 조직이 활동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암호화폐 인프라를 색출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IS, 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이 암호화폐 기부금을 받고 있다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있는 금융범죄 통제 공백을 테러 단체가 악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지난 10일 이스라엘 경찰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지원을 받아 하마스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기부를 요청하는 데 사용한 암호화폐 월렛 190개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테러 자금 조달에 사용된 구체적인 암호화폐 유형이나 이스라엘 당국에 압수된 규모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당국은 지난 6월과 7월에도 헤즈볼라, PIJ의 암호화폐 월렛을 동결하면서 "암호화폐 사용이 테러 자금 조달을 막는 작업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