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회의론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포함한 미국 의원 100여명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암호화폐를 통해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사실을 우려한다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미국 의원들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과 재무부에 "의회와 행정부는 암호화폐가 또 다른 비극의 자금 조달에 사용되기 전에 암호화폐 불법 금융의 위험을 철저히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이스라엘 공습에 앞서 하마스가 암호화폐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인용하고 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의회가 암호화폐 자금세탁 및 불법 금융 위험성을 완화하기 위한 입법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제안한 암호화폐 자금세탁·제재 회피 차단 법안도 고려 중인 법안 중 하나다.
의원들은 "정부가 불법적인 암호화폐 활동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이고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에는 법안 통과 여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 제이크 오친클로스, 조쉬 고트하이머 등 암호화폐에 우호적이었던 하원의원들도 서명했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테러 조직의 암호화폐 사용과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계정 및 테더 사용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질문하면서 10월 31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엘리자베스 워런은 이후 월스트리트저널 공동 기고를 통해서도 "암호화폐는 테러 조직이 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파이프라인이 됐으며, 공개된 수치는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탈중앙화 금융 기업은 은행과 동일한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은 "이는 국제 자금 흐름에 대한 감독에 위험한 공백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테러리스트, 불량 국가, 마약 밀매자, 기타 범죄자가 암호화폐를 사용해 동맹국과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런 의원은 "테러 조직이 이런 허점을 이용해 더 많은 공격 자금을 조달하기 전에 은행, 중개인, 귀금속 딜러 등에 적용되는 자금 세탁 방지 규정을 암호화폐 업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미 재무부, 암호화폐 테러 금융 본격 제재 나서...업계는 '긴장'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하마스 자금줄을 본격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18일 하마스 조력자 혹은 단체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하마스 자산 관리 조직원 ▲친(親)이란 카타르 금융 조력자 ▲하마스 사령관 ▲가자지구 암호화폐 거래소 및 운영자를 대상으로 언급했다.
이번 재무부의 움직임은 하마스가 이란과 알제리, 수단,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 중인 점을 겨냥했다. 하마스가 암호화폐 계좌로 이와 관련해 벌어들인 돈은 4100만 달러(한화 약 55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 관련 암호화폐 계정을 다수 동결한 바 있으며 현재도 감시 체계를 강화한 상태다.
지 킴 암호화폐혁신위원회 정책 수석은 더블록에 암호화폐 업계가 불법 활동을 근절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과 협력하기를 원하지만 워런 의원이 제시한 법안 추진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는 명확한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금지(AML/CFT) 규정과 요건이 있다"면서 "다른 국가들 역시 이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업계가 이 같은 노력에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