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암호화폐 관련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원화(KRW) 입금 24시간 출금지연제'를 시행한다. 24시간 출금 지연제는 최종 원화(KRW) 입금 시점부터 24시간 동안 암호화폐 출금을 제한하는 제도다.
31일 빗썸은 공지를 통해 "최근 원화입금 대행, 계정대여, 암호화폐 구매대행, 암호화폐 담보대출 등의 금융사기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고객 피해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빗썸은 "농협은행의 요청으로 1일부터 금융사기사고 예방을 위해 원화 입금 건에 대해 '24시간 출금 지연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상담 건수는 889건으로 전년(712건) 대비 177건(24.9%) 증가했다. 암호화폐 관련 유형은 44건(31.7%)으로 전 해보다 12.8% 증가했다. 특히 대가를 제공한다는 빌미로 타인의 은행 계좌를 이용하는 이른바 '대포 통장'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 금감원은 은행들과 더불어 관련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영업허가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상호평가국인 우리나라도 1년 안에 권고안에 따라 규제를 시행해야 하며, FATF는 2020년 총회에서 각국 감독 당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는 은행들의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대포 통장' 등 암호화폐 관련 문제가 터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들이 떠안기 때문이다. 빗썸의 주거래은행인 농협은행의 요청으로 이뤄진 출금 지연제 역시 금융당국 규제 움직임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내부의 보안·운영 체계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자금세탁방지 등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은행은 출금 지연제를 비롯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