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4대 입법 보조기관 중 하나인 회계감사원(GAO)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암호화폐 규칙 수립 및 시행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31일(현지시간) GAO는 기업의 암호화폐 수탁에 관한 회계처리 지침 'SAB 121'을 시행하기 앞서 의회 심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작년 3월 SEC는 기업이 암호화폐를 수탁할 경우, 고객의 암호화폐 자산을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기록하도록 하는 회계처리지침 SAB 121을 발표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 반발이 있었다. 업계를 지지해온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SEC 직원들은 암호화폐가 가진 고유의 위험 때문에 기업이 암호화폐 보유액을 부채로 기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SAB는 직원 성명이라 강제성이 없다"면서 "SAB 121는 대상 기업에게 재무제표를 수정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고지하고 지침 이행 유예 기간을 제시하는 등 마치 강제 집행이 가능한 것처럼 쓰였다"고도 비판했다.
지난달 초당파 의원 그룹은 이를 막기 위한 법안까지 발의했다.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디지털 자산이라고 해서 수탁 자산을 부채로 기록하게 하거나 이에 대한 추가 자본을 요구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GAO는 해당 지침이 '의회심사법(CRA)'의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CRA는 규제 기관의 규칙 제정에 대한 의회의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1996년에 제정된 법으로, 규제 당국이 지침을 시행하기 전에 의회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의회는 60일 동안 규칙을 검토하고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GAO에 따르면 SEC는 해당 지침이 행정절차법(APA)에 따른 '규칙'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아 CRA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GAO는 "해당 규칙이 CRA 적용 대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SEC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디 카본 디지털상공회의소 정책 부총괄은 트위터(X)를 통해 "GAO 성명은 명확하고 공정한 디지털 자산 수탁 규정의 승리이며 SEC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면서 "의회의 규칙 승인 여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체르빈스키 베리언트 최고법률책임자(CLO)는 "GAO는 SEC가 법을 위반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면서 "SEC는 즉각 SAB 121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