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허위 정보가 미국 증시를 강타하며 시장의 민감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지난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올라온 사실과 다른 '90일 관세 유예' 관련 게시물이 퍼지면서, 뉴욕증시가 한때 급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혼란을 겪었다. 이 허위 정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논란의 시작은 이날 오전 전해진 폭스뉴스 인터뷰였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셋(Kevin Hassett)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한 것이, 특정 계정에서 '트럼프가 전 세계 국가에 대해 90일 관세 중단을 검토 중'이라는 식으로 왜곡돼 퍼졌다. 문제의 계정인 'Hammer Capital(@yourfavorito)'이 오전 10시 11분에 최초 게시했고, 팔로워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Walter Bloomberg(@DeItaone)' 계정이 이를 곧바로 복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불과 2분도 안 된 시간 내 해당 루머는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현장에서 있던 CNN 기자는 오전 10시 12분께 갑자기 시장이 급등하며 환호성까지 터졌다고 전했다. CNBC 방송도 이 메시지를 확인 없이 방송에 인용했고, 로이터통신은 이를 CNBC 인용 보도로 다시 속보로 전했다. 결국 불확실한 정보가 연쇄적으로 확산되면서, 속보성 금융 뉴스의 취약한 유통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오전 중 해당 내용을 명확히 부정했다. 이후 로이터는 "부정확한 정보였다"며 정정 보도를 냈고, CNBC도 방송에서 오류를 인정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정보의 출처로 꼽힌 계정들 역시 자신은 출처가 아니라고 해명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Walter Bloomberg'는 삭제된 게시글을 두고 “로이터를 보고 인용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루머보다 더 빠른 게시 타임라인이 공개되며 해명이 설득력을 잃었다.
이번 해프닝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장에 얼마나 즉각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기술주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친무역주의인지 보호무역주의인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신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파급력이 커진 X 같은 플랫폼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하며, 실시간 정보 유통 구조가 신뢰의 위기와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료 인증마크(블루 체크)가 도입되면서, 계정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블룸버그통신, 로이터 등 전통 미디어조차 2차 유포의 매개가 되었다는 점에서, 금융 보도에 대한 신뢰 회복과 검증 절차 강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금융 애널리스트는 “잘못된 정보 하나가 수조 원의 손익을 뒤흔들 수 있는 시대에, 시장은 더 이상 루머를 감당할 체력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