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가 지난 2년 반 동안 구조조정과 자금난으로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도, 브랜드 업계는 게임 산업의 가능성에 오히려 낙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 광고국(IAB) 경험 센터 부대표 조이 순(Zoe Soon)은 최근 열린 IAB 플레이프론츠 행사에서 광고주들이 게임을 새로운 마케팅 접점으로 적극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IAB는 게임이 전체 디지털 광고 지출의 고작 5%만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업계의 성장성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2022년 6% 수준이었던 게임 광고 비중이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지만, 순 부대표는 이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본다.
게임사들은 팬데믹 이후 채용 과잉의 후폭풍으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해왔고, 지난 2년 반 동안 3만 5,000명 이상이 업계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게임산업 채용 전문가 아미르 사트밧(Amir Satvat)에 따르면 현재는 고용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발자들 사이에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업계는 게임이 젊은 세대와의 연결고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순 부대표는 "Z세대와 알파세대의 90~95%가 자신을 게이머로 인식한다"며 “미국의 게이머 평균 연령은 37세로, 구매력을 가진 핵심 소비층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게이머 수는 1억 9,000만 명 이상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34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게임은 단순한 광고 플랫폼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강력한 매체"라고 강조하며, 기존의 방식처럼 광고를 단순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 맥락에 녹아든 스토리텔링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게임 내에서 유저의 행동에 맞춰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광고나, 실제 게임 속 명장면을 재현한 광고 등이 좋은 예다.
이러한 배경에서 게임 내 광고 수익은 오는 2028년까지 115억 달러(약 16조 5,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역시 2034년까지 2,300억 달러(약 331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순 부대표는 “스트리머와 같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신뢰를 얻는 방식이 중요하다”며, 진정성과 공동체 이해도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게임 산업 내부의 비관론과 달리 외부에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브랜드들은 게임 속 캐릭터와 세계관, 즉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마케팅 접점 확대에도 관심이 크다. 순 부대표는 "게임 산업의 문화적 영향력과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내는 커뮤니티가 브랜드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한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광고 업계가 게임을 주류 채널로 수용하지 못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우리는 TV 시대의 모델에 게임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단절이 아닌 스토리에 몰입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이 보상형 광고의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는 가운데, 콘솔 게임에서도 맥락을 고려한 광고 방식이 점차 시도되고 있다. Xbox의 홈화면에서 노출되는 광고나, 특정 단계를 완료한 뒤 보상과 함께 제시되는 광고 등이 그 예다.
끝으로 순 부대표는 "게임은 이미 젊은 층의 사회적 플랫폼이며, 밀레니얼 세대까지 아우르는 주요 소비층"이라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AI 등의 신기술이 더해지면 대중과의 연결 지점으로서 게임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주들이 이제 게임 속 광고를 프로그램적으로 배치하길 원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며, 브랜드들이 게임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