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NVS)가 미국 내 생산과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총 230억 달러(약 33조 1,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의약품에 대한 관세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발표된 것으로, 제약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이번 투자로 미국 내 10개 사업장을 신설 또는 확장할 예정이다. 이 중 6곳은 새로운 제조시설로, 플로리다와 텍사스에는 암 치료제를 생산할 공장이 각각 들어서게 된다. 또한 샌디에이고에 연구개발 거점도 새롭게 조성될 계획이다. 노바티스 측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총 4,000개의 미국 내 일자리가 창출되며, 그 중 1,000개는 자사 직접 고용이라고 밝혔다.
계획 발표는 우연의 일치라기보다 정책 리스크 대응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후원 행사에서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소비 시장”이라며 국외 생산 의약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자국 내 생산 유인책으로 해석되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바스 나라심한 노바티스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를 통해 “관세가 투자 결정에 일정 영향은 있었지만, 주된 추진 배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주요 시장인데다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노바티스 주가는 이날 시장 전반의 약세 흐름 속에 보합세를 유지했으며, 올해 들어 약 6% 상승한 상태다. 이는 전반적인 제약업계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앞서 지난 2월, 경쟁사 일라이 릴리(LLY)는 미국 내 4개 생산시설에 270억 달러(약 38조 8,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3월에는 존슨앤드존슨(JNJ)이 오는 4년간 자국 내 투자 규모를 550억 달러(약 79조 원)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관세 정책의 구체 내용과 시기를 주시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글로벌 헬스케어 공급망이 거대한 재편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노바티스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업계 전반에 본격적인 ‘생산기지 회귀’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