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한때 온스당 3,160달러(약 466만 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가격보다 약 40% 상승한 수준이다.
국제 시세에 연동되는 국내 금값도 크게 올랐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순금 1돈(3.75g) 가격은 64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 상승의 주요 배경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주요국에 상호관세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3일에는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무역 둔화와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세계금협회(WGC)가 지난해 조사한 68개국 중앙은행 중 69%가 향후 5년 내 금 보유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6개월 간 중단했던 금 매입을 재개하며 보유량을 3,545톤으로 늘렸고, 러시아 역시 금 보유량을 2,298톤까지 확대해 외환보유액 내 비중을 29.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또한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공격적 관세 정책으로 인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며,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를 막기 위해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는 달러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아울러 금리 인하로 인한 국채 수익률 하락도 금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낮은 채권 수익률은 안전자산 중 금의 매력도를 높이며, 투자자 자금이 금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금 추가 매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핵심은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라며 "금은 변동성이 크고 유동성이 낮아 적합하지 않으며, 이자나 배당이 없어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 미국 국채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