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결제 기업 리플(Ripple)이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체 히든로드(Hidden Road)를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는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손꼽히는 *초대형 M&A*로,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 이후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며 실행된 두 번째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거래다.
리플은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장기 분쟁에서 사실상 승소하며 정식 증권 판매 규제에서 벗어난 바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 자산 도입의 새로운 전환점에 진입했다"며 "미국 규제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전통 금융권의 수요에 대응할 만한 시장 성숙도도 확보됐다"고 밝혔다.
히든로드는 연간 약 3조 달러(약 4,320조 원) 규모의 거래를 청산하며, 300곳 이상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특히 헤지펀드—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글로벌 프라임 브로커다. 이번 인수를 통해 리플은 기존 암호화폐 결제 영역을 넘어 ‘기관 대상 브로커리지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이번 계약은 최근 불붙은 암호화폐 업계의 인수합병 활성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지난달에도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선물거래 플랫폼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를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과 종합 트레이딩 플랫폼 e토로(eToro)가 잇따라 기업공개(IPO)를 신청하며 업계의 자금 회수 기조에도 불이 붙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는 38억 달러(약 5조 4,7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138% 급등했다. 다만 이 수치에는 아부다비 기반 투자사 MGX가 바이낸스(Binance)에 단독 투자한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규모의 딜이 포함되어 있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규제 완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SEC의 변화된 기조, 사법 리스크 물러남,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행정부 구성이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특히 미국의 대중 관세 등 보호무역 정책—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