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이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체 히든로드(Hidden Road)를 약 1조 8,250억 원($1.25 billion)에 인수했다. 이는 XRP와 XRP레저 생태계에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는 거래로 평가받는다.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인수는 XRP레저와 XRP 모두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히든로드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300개 이상의 기관 고객을 보유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네트워크로, 하루 평균 100억 달러(약 14조 6,000억 원)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며 5천만 건 이상의 거래를 청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워츠는 "이와 같은 대규모 거래 일부라도 XRP레저에서 이뤄진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며, 해당 플랫폼에서 담보 자산이나 실물 자산의 토큰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리플은 XRP레저가 실물 자산(RWA) 토큰화에 적합한 인프라라고 주장해왔으며, 작년 11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아카스(Archax)와 협력해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XRP레저상의 토큰화 실적은 제한적이다.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XRP레저에서 유통 중인 실물 자산 기반 토큰은 단 두 가지에 불과하며, 규모도 약 5000만 달러(약 730억 원) 수준이다.
한편, 전체 실물 자산 토큰화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온체인 RWA 자산 가치는 9.2% 증가했으며, 자산 보유자 수는 6.2%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화폐 공급량(M2), 부동산, 채권, 상품, 주식 등을 아우르는 잠재 시장을 고려할 때 실물 자산의 토큰화는 2030년까지 수 조 달러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Group)와 구글은 최근 자사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자산 시장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토큰화 기술을 공동 실험 중이다. 아울러, 프러미시엄(Prometheum)의 아론 카플란 CEO는 미국 내 규제 환경이 실물 자산 토큰화를 가속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판단하며, 현재 가장 큰 장애요인은 토큰화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이차 시장의 부재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리플의 이번 인수를 통해 전통 금융 인프라와 암호화폐 기반 기술이 본격적으로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XRP레저가 대형 기관의 실거래와 자산 운용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경우, 실물 자산의 토큰화 실현 가능성과 생태계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