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과의 법적 분쟁을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IPO) 계획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모니카 롱(Monica Long) 리플 사장은 최근 파리 블록체인 위크(PBW)에서 "법적 리스크 해소는 큰 안도감이지만, 지금 당장 IPO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근 SEC와의 소송이 마무리되며 미국 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리플은 여전히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롱 사장은 "상장 기업으로 전환하면 더 많은 유동성과 시장 노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면서도, "현재 리플은 그 어떤 이유로도 IPO가 절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나 자본·유동성 확보 필요에 따라 향후 IPO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현재 우선순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 리플이 최근 프라임 브로커리지 기업 히든 로드(Hidden Road)를 약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250억 원)에 인수한 배경도 공개됐다. 롱 사장은 히든 로드가 연간 약 3조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는 강력한 플랫폼을 갖췄다고 평가하며, 이번 인수로 기관투자자 유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히든 로드는 외환,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채권 등을 포괄하는 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중개업체로, 리플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RLUSD를 브로커리지 담보로 활용할 예정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도 "SEC의 무분별한 규제 시대가 끝나고, 드디어 미국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며 "전통 금융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다음 국면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리플과 SEC 간의 3년 가까운 분쟁은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소송 종료와 함께 미국 내 규제환경이 눈에 띄게 완화되면서,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제도권 진입을 위한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규제 완화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암호화폐 준비금 제도와 관련해 전담팀 구성을 지시하는 등 규제 기준 명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서 리플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업 확장을 이어갈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