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중앙은행에 등록된 181개의 비트코인(BTC) 서비스 제공업체 중 실제로 운영 중인 곳은 20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등록업체의 11%만이 '비트코인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켰다는 의미다.
현지 언론 엘문도(El Mundo)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나머지 161개 업체는 ‘비운영’ 상태로 분류됐다. 특히 최소 22개 업체는 의무 규정을 거의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법은 자금세탁방지(AML) 프로그램 도입과 재무상태의 투명한 기록 유지, 서비스 성격에 따른 맞춤형 사이버 보안 시스템을 필수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와 함께 법정통화로 채택하며 암호화폐 정책 혁신의 선봉에 섰다. 이는 나입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의 경제 전략 핵심이었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14억 달러(약 2조 440억 원) 규모 대출 협정으로 방향 전환을 겪고 있다.
IMF와의 합의에 따라 앞으로는 세금 납부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며, 공공기관의 비트코인 사용도 최소화된다. 지난 3월 3일 IMF는 엘살바도르 정부에 공공 부문 차원의 비트코인 매입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자체적으로 매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모순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지위를 철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활동 중인 비트코인 지지자 존 데니(John Dennehy)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X 스페이스 대화에서, 오는 4월 30일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를 변경하는 '롤백 법안'이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행법을 충족해 운영 중인 업체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치보 월렛(Chivo Wallet)과 크립토 트레이딩 앤드 인베스트먼트(Crypto Trading & Investment), 핀테크 아메리카스(Fintech Américas)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엘살바도르 사례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하는 실험의 명암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