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기업 리플(Ripple)이 기관 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기 위해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 히든로드(Hidden Road)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 대상인 히든로드는 2018년 설립된 다중자산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체로, 디지털 자산뿐 아니라 외환, 주식, 원자재, 금리 등 다양한 자산 클래스에 걸친 장외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특히 기관 고객을 위한 글로벌 신용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내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최소화하는 *비경쟁 구조*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히든로드는 최근 고정 수익 상품 전문 프라임 브로커리지 플랫폼도 선보였다. 이는 미국 채권청산기관(FICC) 회원 자격을 획득한 뒤 전 세계 리포·글로벌 자금 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확대된 결과다. 현재 히든로드는 연간 3조 달러(약 4,32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청산하고 있으며, 고객사는 300개 이상에 이른다. 리플은 이번 인수를 통해 이 같은 인프라를 활용, 트레이딩과 유동성 공급 능력을 세계 최대 비은행 프라임 브로커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 자산의 도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으며, 미국 시장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압박에서 벗어나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이번 M&A는 XRP 기반 기술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제도권 금융과 디파이(DeFi) 세계를 잇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히든로드는 리플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RLUSD를 프라임 브로커리지 상품 전반에 걸쳐 담보 자산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RLUSD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간 크로스마진을 최초로 가능케 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또한 히든로드는 포스트 트레이드 처리 절차를 리플의 XRP 레저(XRPL)로 옮겨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운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히든로드는 설립 이후 캐슬 아일랜드 벤처스, 그레이크로프트, 셀리니 캐피털, 윈터뮤트 트레이딩을 포함한 유수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5,000만 달러(약 720억 원)를 조달한 바 있다. FTX와 시타델증권, 코인베이스(COIN)처럼 핵심 디지털 자산 기업들도 이 회사에 초기 자금을 투입했다.
이번 인수는 블록체인 기업이 전통 금융 시장에 보다 깊숙이 침투하고, 기관 고객 대상 서비스를 확장하는 흐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자산이 기술 실험을 넘어 실질적인 *인프라 레이어*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