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최근 몇 개월래 최악의 일간 움직임을 기록했다.
10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는 미국 거래 마감 시간대에 증가하기 시작한 매도 압력이 아시아 거래 초반 시간대에 더욱 확대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6.5% 줄면서 지난 10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오후 4시 50분 기준 하락폭을 좁히면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42% 내린 9만7200달러, 이더리움은 4.9% 내린 37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상위 20개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 등 제외)를 추종하는 코인데스크 20 지수는 전일 대비 7% 하락했다.
XRP, 도지코인, 카르다노는 각각 전일 대비 10%, 8%, 12% 가량 내렸다.
매도 압력의 직접적인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구글이 새로운 윌로우 양자 컴퓨팅 칩에 대한 벤치마크 테스트를 발표하면서 암호화폐 프라이버시와 지갑 보안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시장이 가파른 반등 움직임을 보인 만큼 장기 보유자의 차익실현 등 단기적인 매도 압력은 예상됐었다.
다만 코인베이스에서 초기 매도가 시작된 가운데, 과도하게 레버리지에 의존했던 시장이 하방 압력을 받으며 급격하게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이번 급락으로 2021년 이후 최대 규모인 15억 달러 이상의 롱 포지션이 청산됐다.
알트코인 선물을 반영하는 '기타' 포지션이 5억6000만 달러가량 청산됐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던 도지코인 포지션은 1억 달러 이상, XRP 포지션은 7300만 달러 이상 정리됐다.
퀀트 트레이더 'X(트위터) 계정 @ltrd_'는 "이번 급락은 2021년 이후 최대 청산 사태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급락에서 가장 매도 압력이 심했던 부분을 분석한 결과, 대규모 하락 약 1시간 전 코인베이스 트레이더들이 대규모 매도를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큰 하락은 연쇄 청산으로 인해 촉발됐지만, 지속적인 매도 압력이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사용한 포지션을 강제 청산 수준까지 밀어넣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비트코인과 달리, 급락 이후 이더리움에서는 강력한 매수세가 관찰됐다면서 "최근 며칠간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이 나타났는데, 이는 누군가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퀀트 트레이더는 특히 코인베이스에서 나타난 XRP의 시장 영향이 놀라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규모가 크고 비교적 성숙한 시장에서 연쇄적인 대규모 매도 주문이 발생하면서 시장이 5% 이상 하락했다"면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정상적인 매도 주문으로, 대형 플레이어가 강제로 자산을 대량 매도해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트레이더는 이러한 매도 주문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향후 며칠간 시장과 주요 거래 움직임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조성자들이 매도 압력을 흡수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헤징 전략을 사용하면 여러 거래소에 걸쳐 매도 신호가 확산되면서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 손절매(stop loss)와 청산(liquidation)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trd_는 "XRP와 같은 코인들은 시장 가치가 미국의 대형 기업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백 퍼센트 급등한 적이 있다"면서 "시가총액 대비 시장 유동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활발한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은 최저점에서의 빠른 가격 반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청산이 발생하고 유동성이 제한적인 가운데, 여전히 많은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를 노리고 있다"면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스 속보를 실시간으로...토큰포스트 텔레그램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