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도입이 시중은행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신한은행 김병희 셀장은 18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개최한 '2024 블록체인 밋업(Meetup) 컨퍼런스'에서 'CBDC, 거래의 폭을 넓히다'라는 제목의 두 번째 세션에서 'CBDC 도입의 의미와 기회'를 설명했다.
2017년부터 은행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해온 심 팀장은 "민간 부문은 은행에 돈을 맡기고 코인을 발행하고 있지만 은행은 코인을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은행이 은행에 CBDC를 제공하게 되면 은행은 이를 담보로 토큰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을 기점으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CBDC, 즉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법정화폐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급결제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현금 사용 감소'와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을 그 배경으로 지목했다.
김 셀장은 현금 사용이 줄면 지급결제 시스템의 부담이 커지고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서비스·용역 이용 대가를 현금, 카드 등을 통해 지급결제하는데 지급 순간 즉시 채무 관계가 종료되는 현금과 달리, 비현금의 경우 금융기관을 통한 '청산' 과정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소액 지급결제 시스템은 익일 오전 차액정산 방식으로 청산 작업을 진행하는데, 최근 현금 사용이 줄어 관련 규모가 일평균 2000만건, 80조원 규모까지 증가했다면서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든 결제를 실시간 처리하거나 실시간총액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관련 로드맵 수립 단계에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중간 청산 과정을 없앨 새 기술을 도입하는 방법"이라면서 "예를 들면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디지털 현금을 만드는 방안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지급결제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청산 과정의 리스크는 제거하고, 화폐 프로그래밍 등 기존에 없던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성장도 CBDC 연구를 진행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암호화폐의 기축통화로, 이메일처럼 전 세계 누구에게나 돈을 보낼 수 지급 방안"이라면서 "현재 상위 3위권 스테이블코인의 종합 시총이 185조원로, 국내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보다 많은 돈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다만 테라USD(UST)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자금 담보금에 대한 이용자 자금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급결제 시스템이 외부에 존재한다는 점은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영향을 매우 적게 받고 불법 자금으로 사용될 리스크도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장점을 수용하면서 법정화폐 지위도 누릴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CBDC 기반 예금토큰'이라고 밝혔다.
예금토큰은 새로운 화폐 발행이 아닌 기존 예금를 혁신 금융 인프라를 통해 활용하는 방식이라면서 거액 지급결제 시스템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를 이용하고 은행은 CBDC를 담보로 예금토큰을 발행해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CBDC 도입이 은행에 가져올 변화와 기회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첫 번째 기존 비즈니스의 변화라고 말했다. (소액 지급결제 시스템의) 전자금융공동망 중 27% 비중을 차지하는 현금성 지급 수단 '송금'과 '체크카드'는 비교적 수월하게 CBDC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셀장은 "계좌이체, 송금은 은행 앱에서 트랜잭션이 가장 높다"면서 "CBDC나 예금 토큰이 도입되면 고객 이용 변화는 적지만 은행의 뒷단의 처리 과정이 많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각 은행이 예금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타행 이체는 한 은행에서 토큰이 소각되고 다른 은행에서 토큰이 신규 발행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스위프트망을 사용하는 해외 송금도 주요 통화, 대형 기관이 아닐 경우 많은 중개기관과 시간비용적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데 CBDC로 각국 중앙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연결되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작년 8월 신한은행이 대만,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중은행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송금에 대한 기술검증을 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CBCD가 시중은행에 줄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로 기존 시장의 탈환을 언급했다.
현재 체크카드 시장에서 은행은 결제 계좌만 제공하며 모든 매출 기록은 신용카드사로 집중되고 있다면서, CBDC를 통해 고객과 가맹점이 월렛을 통해 직접 결제한다면 청산 구조가 굉장히 간단해지고 은행은 거래 데이터 확보, 카드 결제사업 유치 등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봤다.
김 셀장은 "코로나 시절 정부 지원금 14원의 사업기회를 놓친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면서 "현금을 통해 지급하면 결제처를 제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업이 카드사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CBDC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이런 한계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 정부지원금, 기업보조금, 지자체 수당 등 100조원이 넘는 시장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 번째는 신규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 CBDC를 통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CBDC를 통한 대출 사전 검증, 사후 분석 작업,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비대면 금융 사기 방지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김 셀장은 "결론은 은행이 얼마나 편리한 환경, 고객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CBDC 도입 이후의 경쟁력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BDC는 사회 격변의 시기에 은행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신한은행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2021년부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 등장 이후 신용카드가, 메인프레임 등장 이후 스위프트망이 나온 것처럼 기술과 금융이 동시에 발전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분산원장,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디지털 화폐 시대의 초입에 와 있다"고 말했다.
김 셀장은 '수레가 있으면 길이 난다'는 말을 인용하며 "현재 상황에서는 굉장히 도입하기 어려워 보이는 기술도 막상 도입하면 그에 맞춰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CBDC가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수레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행이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는 '블록체인,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라는 주제로 서울 섬유센터에서 진행됐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명하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혁신 금융 시대로의 진입을 위해 준비하며 블록체인 기술과 CBDC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있게 조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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