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국채 수익률 급등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면서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5일(현지시간) 배런스 등 외신에 따르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의 기자회견에서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내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매파적 입장을 보이면서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고, 이는 미 국채 금리의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3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8%, 30년물은 4.93%를 기록하며 16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데일리 연은 총재는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은 중앙은행 역할의 상당 부분 대신해주고 있다"면서 "현재 경제 상황을 유지한다면 추가 금리 인상을 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9월 FOMC 정례회의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36bp 이상 올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금리 인상에 준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는 통화 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한 만큼 안정적으로 금리를 유지하면서 정책 효과를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90일 동안 금융 여건이 상당히 경색됐다"면서 "이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연준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시장이 이미 긴축을 향해 움직이고 있으며 이미 진행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연준이 추가 조치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은 총재는 "연준이 단기간에 많은 작업을 하면서 경제는 더 나은 지점에 들어왔다"면서 물가 둔화로 이어지는 금융 여건 긴축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 역시 이번주 초 "물가상승률을 다시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했거나 거의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 회의나 이후 회의에서 추가 인상할 것인지가 아닌 얼마나 오랜 기간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이다"라고 발언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현재 2%로의 점진적인 회복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손에 잡힌 것은 아닌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이는 통화 정책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더 높게, 더 오래 금리를 유지한다'는 FOMC의 기조는 물가상승률을 2%로 완전히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 진전을 임무 완수로 봐선 안 될 것"이라면서 "연준과 대중이 일을 끝내기 위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 총재는 금리 인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의 길고 가변적인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지속적인 물가 개선이 예상된다면서도, "여전한 경제 성장 모멘텀,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상승률, 일자리 증가세 등이 모두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물가 안정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더 지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직전월 기록인 3.2%에서 다시 반등했다. 물가상승률이 정점에 달했던 작년 6월 9.1%에서 크게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아직 중앙은행 목표 상승률 2%를 상회하고 있다.
다른 부문은 예상대로 둔화세가 나타났지만 초근원(Supercore) 물가라고 불리는 '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물가'는 상대적으로 고착돼 있으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최근 몇 달간 냉각된 고용 시장 역시 일자리 증가세가 노동력 증가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작년부터 물가를 잡기 위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왔다. 제로 수준에 있던 기준금리는 현재 5.25-5.50% 수준이다. 다음 연준 금리 결정은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기존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확률을 81.6%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