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세 시간 전 임시예산안의 극적 통과를 추진했던 공화당 케빈 맥카시 의원이 하원 의장직에서 해임되면서 친(親) 암호화폐 성향의 패트릭 맥헨리 의원이 임시 하원 의장을 맡게 됐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의회는 찬성 216표, 반대 210표를 던지며 케빈 맥카시에 대한 하원 의장직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하원 의회는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2석의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지만, 공화당 초강경파 맷 게이츠 하원의원 등이 해임안 의결을 주도했고 공화당에서 8개의 찬성표가 나왔다.
앞서 미국 의회는 2024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한 양당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지난 9월 30일 자정 정부 셧다운 위기를 맞았다.
맥카시 전 하원 의장은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45일간 정부 예산안을 동결하는 임시예산안을 제안했다. 이는 공화당과 민주당 요구를 절충한 임시예산안으로, 민주당 지지를 얻어 하원과 상원을 차례로 통과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임시예산안 추진 과정에 반발, 민주당과 협력한 맥카시 전 하원 의장에 대한 의장직 해임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지난주 케빈 맥카시 전 하원 의장이 바이든 탄핵 조사에 착수한 점과 지난 5월 백악관과의 예산안 합의를 깨뜨린 점, 임시예산안 검토 시간을 거의 주지 않은 점 등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로 꼽히는 하원 의장직이 공석이 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이자 대표적인 친 암호화폐 인사 패트릭 맥헨리 하원 의원이 임시 하원 의장직을 맡게 된다.
맥헨리 의원은 두 개의 암호화폐 규제 법안과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SEC)의 암호화폐 규제 접근방식을 비판해왔다.
그는 하루 전 트위터(X)를 통해 "맥카시 축출 표결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미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하원 의회는 일주일 뒤인 이달 11일에 새로운 의장을 뽑는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패트릭 맥헨리와 또 다른 친 암호화폐 인사 톰 에머 의원이 맥카시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의장직에 대해 공개적인 관심을 표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카시 의원은 하원의장직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가 믿는 것을 위해 싸웠다"면서 "계속 싸울 수 있겠지만 어쩌면 다른 방식으로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예산안 통과로 내달 17일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맥카시 의원의 하원 의장직 해임 이후 예산안 합의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