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국내 가상자산 중앙화 금융(CeFi, 이하 씨파이) 서비스 하루 인베스트먼트의 고객 자금 인출 중단 소식이 알려졌다. 연이어 델리오가 무너지며 씨파이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불과 한달이 지난 7월에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탈중앙화 금융(DeFi, 이하 디파이)에 엄격한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요구하는 '2023년 암호화폐 국가 보안 강화법'을 발의했다.
더불어 씨피다이 프로토콜 네오핀이 아부다비 정부와 손잡고 디파이 규제 초안을 마련한다는 발표 등이 있었다.
씨파이가 신뢰를 잃어가는 가운데, 시장과 업계는 디파이 규제가 씨파이와 디파이의 합성어인 씨디파이(CeDeFi)로의 발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중앙화 금융 고질적 문제...고객 '자금 유용'
씨파이는 '중앙 집중식 금융'(Centralized Finance"에서 따온 약자로, 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씨파이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가상자산 거래소나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하루 인베스트먼트, 델리오 등이 있다.
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는 고객 자금의 컨트롤 권한을 '중앙화된 관리 주체'가 가지게 된다.
문제는 기존 금융제도가 규제 등을 통해 고객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가상자산과 관련한 씨파이 업체들은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또 서비스 업체들의 윤리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씨파이 업체들이 고객들의 가상자산을 활용해 2차 사업을 벌이는데 있어 업체 자체를 전혀 신뢰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파산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는 중앙화된 금융 서비스가 고객 자금을 남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사례를 모두 보여줬다. 세계 3~4위 규모의 거래량을 자랑하던 FTX는 고객 자금 관리의 허점을 모두 노출하며 불과 하루만에 파산했다.
지난 6월에는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국내 하루 인베스트먼트와 델리오가 고객자금 인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 규모가 다른 디파이 해킹 사태
디파이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탈중앙 금융을 의미한다. 탈중앙 금융은 가상자산의 관리 주체가 이용자 스스로이기 때문에, 중앙화된 금융이 가지는 고객 자금 유용 등의 이슈로부터 자유로운게 장점으로 꼽힌다.
중앙화된 금융에 비해 고객 자산의 남용 이슈가 일어날 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이 스스로 개인 키를 관리해야하는 단점과 함께 꽤 규모가 큰 해킹 등의 보안 범죄가 일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뉴욕 소재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 메사리는 최근 발간한 '가상자산 투자 테마 리포트'(Crypto Theses for 2023)를 통해 "보안성과 토큰 설계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고 디파이 플랫폼들에게 권고했다.
디파이 플랫폼은 지난 한해 동안 30억 달러(한화 약 3조9195억원)의 온체인 해킹을 겪었으며, 망고(Mango), 폴리 네트워크(Poly Network), 노마드(Nomad), 웜홀(Wormhole), 배저(Badger), 하모니 호라이즌(Harmony Horizon) 등 9건의 주요 사례 외에도 많은 해킹 사건이 있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지난달 글로벌 최대 디파이 업체인 커브 파이낸스의 해킹 소식이 있었다. 블록체인 감사 업체 블록섹은 1차 분석에서 커브 파이낸스가 취약점 노출로 최소 4200만 달러(한화 약 548억646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향후 6년내 디파이가 씨파이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격차 해소 및 고객 자산의 직접 관리, 성장하는 가상자산 시장 등 디파이가 가진 장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거래소 6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서를 발표, 향후 6년 내 디파이가 씨파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향후 더 많은 사람이 디파이 제품을 사용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직접 상호작용할 것이다. 디파이가 은행 등 전통 금융기관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파이낸셜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업계 및 기술을 검증해주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 디파이 규제안, '씨디파이' 성장 기회...블록체인 지각변동 일으킬까
최근 일어난 여러 이슈들을 살펴보면, 씨파이는 고객 자금 유용으로 인해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다. 디파이는 결국 씨파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한 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되는게 업계 중론이다.
즉 디파이에는 규제가 도입된다는 것은 결국 씨디파이 형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7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디파이에 엄격한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요구하는 '2023년 암호화폐 국가 보안 강화법'이 발의됐다.
디파이 프로토콜에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으로, 고객 정보 수집,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가동, 정부에 의심스러운 활동 보고, 제재 대상자 사용 차단 등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제 대상자는 디파이 프로토콜을 제어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다.
법안에는 “아무도 디파이를 통제하지 않는다면 프로토콜 개발에 2500만 달러(한화 약 316억 7500만원) 이상 투자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 세계 최초로 디파이 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기관과 업체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네오핀은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국제금융센터인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과의 협력을 통해 디파이 규제의 초기안 마련을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글로벌 씨디파이 플랫폼 '네오핀'은 세계 최초로 ‘규제 인증 디파이’가 되겠다는 계획. ADGM의 금융 서비스 규제 당국 FSRA(Financial Services Regulatory Authority)와 긴밀하게 협업해 디파이 산업을 위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함께 구축해 나간다고 밝혔다.
또한 디파이 데이터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Llama) 상위 5개 업체들을 분석해보면, 리도(Lido), 메이커다오(Maker DAO), 아베(AAVE), 저스트 렌드(JustLend), 유니스왑(Uniswap) 순이다.
이들 모두는 탈중앙 금융 방식이다보니 향후 디파이 규제안이 마련될 경우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청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늘 새롭게 태동하는 산업에 규제가 들어올 때 순위가 크게 뒤집혔던 역사가 있는 만큼, 향후 규제 대응 등의 변화의 바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프토토콜들의 순위가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